매일신문

[의창 醫窓]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자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일을 당하고 난 후에야 뒤늦게 손을 쓴다는 뜻과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아무리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뜻도 담겨 있다.

얼마 전 휴가차 가족들과 하와이를 다녀오면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을 이륙해 인천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30분 후 호놀룰루 공항에 다시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모두 놀라 무슨 일인지 궁금해했는데, 안전문제라는 것 외에는 차분히 기다리라는 안내만 거듭됐다. 착륙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종 테러 소식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때라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착륙 후 상황은 더 끔찍했다. 착륙한 비행기를 무장한 경찰과 구급차들이 둘러쌌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대낮처럼 밝은 조명으로 비행기를 비췄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비행기 문이 열리고 무장경찰(FBI)이 앞쪽의 승객 몇 명을 데리고 나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줄지어 소지품을 내려놓고 마약견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떠한 상황 설명도 없이 이유도 모른 채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고 귀국했다.

며칠이 지난 후 필자는 하와이 현지 방송을 통해 몇몇 승객의 의심스러운 행동 때문에 비행기가 회항했고, 무혐의로 끝난 해프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사건이었지만 철저히 안전을 위한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승무원과 현지 당국의 대처 모습을 보고 너무나 허술한 우리나라 시스템과 비교가 됐다.

큰일이 일어나고 나서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삼성 갤럭시노트7 문제도 그렇고, 지진이 나고 난 후에야 대피 요령과 대처 방법을 국민들에게 서둘러(?) 공지하는 정부의 모습에서도 그렇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잃은 후에 건강에 좋은 것을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도 너무 나빠지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는 없을까? 우리 몸의 건강 이상을 미리 알려주는 감지기 중 하나가 통증이다. 통증은 화재가 일어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듯 우리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려주는 예방 시스템이다. 통증을 무시하면 결국 병이 되고 만성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작은 통증이라도 간과하지 않고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구한다면 적어도 심각한 상태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소를 잃기 전에 작은 문제라도 살피고 무시하지 않는 습관이 우리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정착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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