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똥배' 만든 원흉…탄수화물 섭취할 것과 피해야 할 것

탄수화물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동안 '비만의 원흉'으로 괄시받던 지방이 오명을 벗은 대신,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탓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섭취를 크게 늘리고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까지 다이어트 식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은 정말 건강과 다이어트에 해롭기만 할까? 탄수화물은 3대 필수영양소 중 하나로 근육과 뇌, 세포를 움직이게 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 1g은 4㎉의 열량을 내며 하루 필요한 열량의 최대 70%를 담당한다.

◆탄수화물은 많아도, 적어도 문제

#과잉 섭취하면 당뇨·고혈압·비만 일으켜

#부족하면 저혈당으로 인해 피로감 커져

하루 적정 탄수화물 섭취량은 총열량의 50~60%로 양으로는 300~400g 정도다. 밥 한 공기에는 100~120g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어 하루 세 끼만 챙겨 먹어도 적정량을 채울 수 있다. 문제는 적정량보다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경우다. 탄수화물 식품을 지나치게 먹으면 체내의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고, 이를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이 다량 분비된다.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당이 낮아지면 신체가 혈당을 높이기 위해 허기를 느끼고, 다시 탄수화물을 먹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과잉 섭취한 탄수화물의 일부는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주로 복부에 쌓인다. 혈액 속 중성지방이 증가하면 중풍 등 뇌혈관 질환과 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뇨나 고혈압,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반대로 '탄수화물 결핍'도 문제가 된다. 탄수화물의 하루 최소 섭취량은 100g이다. 이보다 부족하면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쓰게 되고 소변량이 늘어 체내 수분이 줄면서 체중이 어느 정도 감소한다. 그러나 탄수화물 부족이 지속되면 체내 대사 변화를 일으키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선 저혈당으로 인해 몸의 활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 커지며 심하면 신경과민 등을 유발한다.

강미영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지방뿐 아니라 단백질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데 이때 근육 속 글리코겐이 빠지고 단백질이 칼로리를 내는 과정에서 나쁜 부산물이 생긴다"며 "특히 뇌의 경우 탄수화물만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탄수화물은 억울하다

#다이어트 땐 포도당 전환 수치 신경 써야

#혼합잡곡·보리·시금치·양배추 등 추천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채식이나 고단백 식단이 유행할 때마다 탄수화물의 입지는 좁아졌다. 최근에는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빵이나 면은 물론 쌀밥까지 외면받고 있다.

그러나 탄수화물 자체를 '건강의 적'으로 내몰아선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고탄수화물 식단이 체중 증가의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호주 시드니대의 연구에 따르면 '저단백 고탄수화물' 식단도 인슐린 활동과 혈당, 콜레스테롤 조절 등에 있어 총 칼로리를 40% 줄인 식단과 동일한 효과를 얻었다. 또 면류를 하루 한 끼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뼈가 튼튼하고 심장 질환과 빈혈'당뇨병'비만 등의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면류를 먹는 사람이 단백질, 칼슘, 철분, 칼륨과 일부 비타민 B군(비타민 B1·B2·니아신) 등 영양소를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무턱대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는 'GI지수'를 신경 쓰는 게 낫다. GI지수란 탄수화물 식품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포도당으로 전환되는지 나타낸 수치다. GI지수가 높은 음식일수록 혈당 수치를 높이는 속도도 빠르다. 치솟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면 지방을 저장하는 효소가 작용해 살이 찌기 쉽다. 식빵, 떡, 도넛, 팝콘, 햄버거, 꿀, 설탕, 초콜릿 등은 GI지수가 높은 편이다.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혼합잡곡, 보리, 시금치, 양배추, 토마토 등 GI지수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건강의 기본은 조화와 균형

#칼로리 줄여 식단 짜도 탄수화물은 50%

#밀가루보다 현미·통밀 등 다당류 섭취해야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극도로 줄이는 것이 아니다. 밀가루 제품과 설탕 등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고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낫다는 게 골자다. 특히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지나치게 고집해 탄수화물 섭취량을 급격하게 줄이면 체내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량이 감소해 변비가 생기기 쉽다. 또 고지방 음식 위주로 먹으면 혈관 내에 지방이 들러붙어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을 지키는 건 조화와 균형이다. 건강관리는 장거리 달리기와 같다. 전문가들은 한 가지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결국 탈이 난다고 입을 모은다. 필수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반드시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로리를 줄여 식단을 짜더라도 탄수화물 50%, 단백질 20%, 지방 30%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 강미영 교수는 "하나의 영양소를 배제하거나 고집하는 불균형한 식단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다만 탄수화물 식품은 되도록 다당류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수화물 섭취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비만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가공식품의 범람과 외식 문화 등으로 단순당류의 섭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밀가루와 설탕 등 정제식품이나 과자, 케이크, 초콜릿 등 가공식품은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높이고 체지방을 축적시킨다. 체중 감소를 원한다면 잡곡이나 현미, 통밀 등 다당류 섭취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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