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방으로 잡는 건강]디스크 질환의 적, 복부비만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조선의 기틀을 닦은 세종대왕은 비만이었다. 세종은 하루 네 끼를 먹고 고기 반찬이 없으면 식사를 물리칠 정도로 '고기 마니아'였다. 태종이 유언으로 "상 중에도 세종에게는 고기 반찬을 먹을 수 있게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비만 때문에 세종은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당뇨를 앓았고 합병증으로 시력도 잃었다. 허리 디스크 질환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은 "내가 젊어서부터 한쪽 다리가 치우치게 아파서 10여 년에 이르러 조금 나았는데…"라고 고백한 바 있다. 허리디스크 질환으로 신경이 눌려 다리까지 여파가 미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비만은 척추 디스크 질환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올챙이 배 같은 복부비만은 척추 디스크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이는 체형으로 인한 무게중심 축과 관련이 있다. 뱃살이 찌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허리 위 체중이 앞으로 쏠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요추도 덩달아 앞으로 쏠린다. 결국 어긋난 부위의 척추가 신경을 누르거나 척추와 척추 사이 디스크가 밀려나와 디스크 질환을 일으킨다.

실제로 국내 한 대학병원이 2003~2005년 디스크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1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디스크 환자 중 47.8%가 비만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평균 비만율 19.9%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여성 환자도 37.7%로 평균 비만율 29.8%보다 높았다.

디스크는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노화가 시작되는 기관이다. 혈관이 뻗어 있어 혈액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 다른 기관과 달리 디스크는 혈관이 뻗어 있지 않은 무혈 조직이다. 따라서 척추를 움직이지 않으면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탄력성이 떨어지고, 수분이 빠져 손상을 입게 된다.

허리 디스크는 남자의 경우 10, 20대 후반, 여자는 20대 초반에 노화가 시작돼 50, 60대가 되면 완연한 노년기를 맞는다. 노화된 디스크는 탄력을 잃고 메마르며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내려앉게 된다. 이때 디스크가 압력에 의해 밀려나오면 디스크의 외벽인 섬유륜을 압박해 손상이 생기고 통증을 일으킨다.

디스크 질환과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과식이나 군것질, 불규칙한 식생활 등을 피하고, 조깅 등 유산소운동으로 살을 빼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깅이 부담스럽다면 스트레칭과 걷기 등 전신운동도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장시간 잘못된 자세를 취하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잘못된 자세는 허리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척추의 퇴행을 앞당기는 요인이 된다. 일을 할 때에도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오랫동안 일을 하거나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디스크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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