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세종시 생활을 통해 살펴본 충청권 인사들의 말투는 기존에 가졌던 선입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했슈' '~~해유'로 대표되는 억양은 경상도와 비교하면 역시 한 박자 느리다.
느리기 때문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과장과 유머도 대단하다. 한번은 충청권 인사들과 골프 라운딩 도중 수육과 막걸리로 요기를 했다. 수육이 약간 식었지만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에 넘어갔다. 지인들은 달랐다. 몇 도의 온도차이를 꼬집기 시작했다. 한 분이 "수육이 왜 이렇게 딱딱혀~"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분이 "수육 먹다 이빨 나가겄어~"로 받아쳤다.
하지만, 이곳에는 느림과 유머의 겉모습과는 정반대 모습도 존재한다. 언행이 느리기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역 최대 운송회사 임원에 따르면 명절 전 고속버스표의 예매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매진된다고 한다.
또 충청권 최대 로펌 소속 변호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무고죄가 가장 많은 곳이 대전이다. 앞에서는 '괜찬유' '됐슈' 하지만 뒤로 가서는 고소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긴 힘들어 보인다.
이처럼 느리고 유머러스할 것만 같은 충청인들의 생활상에는 빠른 행동과 무서움(?)도 베어 있다. 이들은 최근 사분오열 양상이다.
전통적으로 대전충남과 충북은 같은 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남권은 충북을 일컬어 '강원남도 사람들'이라며 노골적인 이질감을 드러내고, 충북도 충남의 발전에 동료의식은커녕 훼방을 놓는 일이 적지 않다.
충남'북 중간에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세종시 건설 초기부터 충북과 충남은 기존 자기 지역 일부가 세종시에 편입되자 이를 저지하려고 치열한 땅따먹기 싸움을 벌인 바 있다.
여기에 세종시가 KTX 신설안을 만지작거리자 오송역의 역할 위축을 우려한 충북이 들고일어나고, 서대전역 보호를 위해 대전이 반발하는 등 현재까지도 일촉즉발 상황이다. 국책사업인 1천억원 규모의 국립철도박물관 건립 사업의 경우 충남'북이 유치전을 벌이며 으르렁거린 지도 수년째다. 지역 간 상생 발전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고, 오히려 이웃의 훼방 때문에 발전이 더디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움직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군 공항 통합이전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하지만 시'군'구마다 각자 다른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상생발전은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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