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親中 노선 탄 두테르테 '아시아 패권' 갈등 격랑

전통적인 친미 국가였던 필리핀이 중국과 밀월 관계로 돌변하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방문(18~21일)을 계기로 사실상 미국과 결별하고 중국에 기우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리핀을 발판으로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과시해오던 미국으로선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 달래기와 더불어 베트남을 동맹으로 끌어들여 동남아 패권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지만 중국 또한 필리핀에 대한 구애 작업을 지속하고 캄보디아 등 전통 우방을 결속해 동남아에서 입지를 넓히면서 양국 간에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로운 동맹의 탄생…중국'필리핀 '신(新)밀월 관계'

중국이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에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는 것만 봐도 이번 방중이 심상치 않은 결과를 낼 것을 암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부터 거의 모든 지도부가 두테르테를 만나 극진히 대접했다는 것은 필리핀이 제기해 완승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 중재 판결을 입막음하고 필리핀을 동맹으로 돌려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돼 있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이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미국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격미친중'(隔美親中)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일 필리핀과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또한, 135억달러(약 15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라는 큼지막한 선물 보따리도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안겨줬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며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는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발언했다.

◆당혹스러운 미국…두테르테 달래기 돌입

전통 우방인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 결별을 언급하자 미국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을 놓고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패권을 다투고 있는데 필리핀이 친중국 노선으로 돌아선 것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은 필리핀의 이 같은 '격미친중' 노선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상당한 차질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 필리핀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또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하기로 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당황하는 나라는 비단 미국뿐이 아니며, 역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미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70년 우방인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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