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21일) 2016대구국제오페라축제 3번째 작품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공연에서 대구시민들의 수준 높은 공연 관람 문화가 빛났다.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조명 메모리'에 문제가 발생, 공연이 예정시각인 오후 7시 30분을 지나 오후 8시에 시작됐지만 관객들의 술렁임도 항의도 환불요구도 없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공연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 '조명 메모리' 이상을 발견했다. 전날 리허설 때와 낮 점검 때까지 정상이던 것이 오작동한 것이다. 오후 7시 50분은 돼야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이미 관객들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관객들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알렸다.
"조금 전 조명 메모리에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공연이 30분 지연되게 되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내방송 직후 대구오페라하우스 박명기 예술감독이 로비 무대로 나와 작품해설을 시작했다. 관객들은 로비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앉거나 선 채로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작품은 대구에서 처음 공연되는 작품이며 '성악 중심'이 아닌 '무용 중심'의 독특한 오페라다.
오후 8시 공연시작 직전 공연장 안 무대에 다시 등장한 박 감독은 "불평 없이 기다려 주신 시민 여러분들을 위해 함께 감사의 박수를 치자. 또 마음 졸이며 기다린 연출자와 출연진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객석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환호 속에 공연이 끝났고, 밖으로 나온 관객들은 낯선 광경과 마주쳤다.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와 전 직원이 오페라하우스 야외 광장에 일렬로 서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관객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허리 숙여 절을 했다. 관객들은 항의하기는커녕 엄지를 추켜세우며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관객 강재선 씨(대구시 수성구)는 "라이브 공연인 만큼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후속 대처가 문제다. 오늘 대구시민들과 오페라하우스의 대처는 훌륭했다. 공연작품뿐만 아니라 또 한 편의 생활예술까지 감상한 느낌이다. 기분 좋은 경험이다"고 말했다.
서현아 씨(대구시 달서구)는 오페라하우스 직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대구오페라하우스 측은 예매 때 휴대폰 번호를 남긴 관객들에게 문자를 보내 '죄송함과 감사함'을 다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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