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군이 확 바뀐다] <5>비슬산 정상 케이블카 설치

전기차로 구경한 참꽃군락지, 2019년 케이블카 타고 오른다

비슬산 금수암 전망대. 멀리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슬산 금수암 전망대. 멀리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성군이 대구의 명산인 비슬산을 찾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지난해 5월 친환경 전기 셔틀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케이블카도 놓는다.

비슬산 관광명소화 사업의 일환인 이 사업과 관련,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설치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군은 내년 4월까지 용역을 마친 뒤 실시설계를 거쳐 2018년 착공해 오는 2019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연간 150여만 명이 북적이는 국민관광지

'북팔공, 남비슬'. 북쪽의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진산으로 불리는 비슬산. 남쪽으로 조화봉'관기봉과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앞산과 이어진다. 삼국유사 및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서는 일명 포산(苞山), 소슬산(所瑟山)이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산 정상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팔공산이 남성미를 상징한다면 비슬산은 여성미를 상징한다고 한다.

지난 1986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줄잡아 연간 15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국민관광지다. 해발 1,084m인 비슬산 정상 100만㎡에는 참꽃(진달래) 군락지가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매년 4월에 참꽃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는다.

산기슭에는 큰 바위가 강처럼 흘러내리는 형태의 거대한 암괴류(岩塊流'천연기념물 435호)가 있다. 큰 자갈 또는 바위 크기의 둥글거나 각진 암석 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 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 화강암의 거석들로 이루어진 특이한 경관을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규모가 길이 2㎞, 폭 80m, 두께 5m에 달하고, 암괴들의 직경이 약 1∼2m에 이르는 것으로 국내에 분포하는 암괴류 중 규모가 가장 커 학술적'자연학습적 가치가 매우 높다.

정상 아래 해발 1,000m 지점의 사찰인 대견사는 지난 한 해 동안 54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이 1227년 22세 때인 고려 고종 14년, 승과인 상상과에 선불장으로 장원급제한 후 지난 3월 1일 개산한 대견사의 초임 주지로 임명받아 22년간 기거했다고 한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꺾겠다며 절을 허문 뒤 2014년 3월 다시 지어졌다.

비슬산 유가사의 경우 산신인 정성천왕(精聖天王)이 가섭불에게 "내 산에서 1천 명이 출가하기를 기다려 남은 업을 받을 것"이라고 발원한 곳이기도 하다. 비슬산 휴양림에는 숙박시설과 오토캠핑장이 있고 유스호스텔도 건립 중이다.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정상 참꽃 군락지 연결

달성군의 구상은 유가면 용리 비슬산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에서 정상 부근 참꽃 군락지 전망대까지 약 2㎞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산 위쪽 승강장은 해발 1,000m 지점이며 사업비는 5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군은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현재 연 150만 명인 관광객 수가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은 예산을 투입해 케이블카를 만든 뒤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달성군은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설치 구간을 제1, 2, 3안으로 설정하고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1안은 비슬산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하부 정류장)에서 대견봉을 거쳐 참꽃 군락지를 연결하는 2.29㎞ 구간이다. 제2안은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에서 참꽃 군락지를 바로 연결하는 2.26㎞ 구간이다. 제3안은 역시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을 시발점으로 전기차 회차지(강우레이더 관측소 방향)까지 연결하는 2.61㎞ 구간이다.

사업지 임야에 대한 관리계획결정 현황도상 제1, 2, 3안의 계획노선 용도지역은 자연녹지'농림'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하부정류장은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결정돼 있다. 또 제1안은 군립공원구역, 제2, 3안은 자연휴양림구역과 국가지정문화재 구역에 저촉받고 있다.

특히 제1안의 경우 문화재구역에 저촉되지 않고 대견사와 참꽃 군락지와의 접근이 용이한 장점이 있는 반면 상부 정류장(종점) 설치를 위한 참꽃 군락지 훼손과 정류장 공사 시 자재 운반 어려움, 노선 방향에 따라 공사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2안은 가장 짧은 노선으로 사업비를 최소화하는 장점을 갖추고 있으나 계획 노선에 문화재(대견사지 3층석탑)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3안은 상부 정류장에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으나 전기차와 혼선 우려, 문화재(암괴류) 저촉, 하부 암괴류에 의한 중간 지주 설치 어려움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 내는 비슬산 참꽃케이블카 사업

'환경 보전과 지방세수를 동시에 이끄는 로또사업일까. 아니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적자운영으로 예산만 먹는 하마가 될 것인가.'

최근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달성군 역시 지난 4월부터 비슬산 관광객 및 교통 약자 편의를 위한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설치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에 나선 데 이어 또 최근에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착수에 나서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달성군은 케이블카 사업이 오히려 자연을 보호한다는 주장이다. 등산객의 부주의로 산불이 나거나 나뭇가지를 훼손하고 엄청난 등산객이 몰려들어 산과 나무를 망치기도 하는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이런 훼손들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와 달리 케이블카 설치공사도 자연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최승진 달성군 정책사업과장은 "케이블카 지주를 세울 때 산림 피해 면적을 최소화하고, 헬기로 공사자재를 옮기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자연 훼손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블카가 놓일 달성군 유가면 지역 주민들도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다. 비슬산의 대견사 중창, 전기차 도입, 오토캠핑장, 마비정 벽화마을 조성 등 최근 관광 인프라가 대폭 구축되는 바람에 인근의 식당이나 숙박업소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박동우(56'달성군 유가면) 씨는 "앞으로 비슬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군이 추진 중인 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적극 나서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우수한 관광 인프라 자연 훼손 최소화

달성군은 경남 통영군의 케이블카 사업을 성공 사례로 들고 있다. 달성군이 통영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관광 수요 등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달성군에는 마비정 벽화마을(45만2천500명), 대견사(50만341명), 사문진(139만1천387명), 국립대구과학관(67만3천775명), 스파밸리(21만5천524명), 허브힐즈(15만987명), 녹동서원(3만3천787명), 디아크(89만5천557명) 등에 5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08년 4월 문을 연 통영 케이블카는 올해까지 총 이용객이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표적 지역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연평균 130만 명이 이용해 지역 경제에 연간 1천300억~1천500억원의 파급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총 137억원의 건설 비용이 투자된 것에 비하면 경제 효과가 엄청나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그렇지 않아도 비슬산에는 대견사 중창과 전기차 도입 이후 탐방객들의 수가 급증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케이블카를 놓는 것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달성군은 환경단체들의 반대 여론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7.5㎞)과 중국의 황산이나 장가계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고,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는 2천500여 개, 일본의 국립공원 29곳에 40여 개의 케이블카가 가동되고 있다는 논리로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