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OB 화요산우회. 이름이 말해주듯 화요일이면 산에 오르는 동아리다. 한국전력에서 은퇴한 69세부터 73세까지 연령대 회원 7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지난 9월 27일에 700회 산행 기록을 세웠다.
최창근(69'대구 동구 방촌동) 회장은 말한다. "퇴임 날짜가 달라서 먼저 퇴임한 김하창, 신일균, 윤국희 회원이 산행을 개시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 3월 지성인, 은종일 회원과 더불어 화요산우회를 정식 출범시켰고, 뒤이어 박영담 회원과 제가 합류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최고 연장자인 지성인(73) 씨는 "화요산우회의 캐치프레이즈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오른다'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명절과 겹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른 날이 없습니다. 강우량과 적설량에 따라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회원들의 거주지는 모두 대구가 아니다. 두 명은 경산과 구미에서 참여하고 있다. 매주 구미에서 달려와 산행에 참여하는 박영담(72'구미시 송정동) 씨는 "화요일을 기다리며 사는 남자"라며 "매주 대구에 나가다 보니 동네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제게 산행은 설렘이고, 귀갓길은 기쁨"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시간과 거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매주 만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은종일 씨는 문학인답게 그 비결은 사량(思量)이라고 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친구가 절실합니다.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산행 방담이야말로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있게 하는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등산 동아리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주간 행사로 이처럼 오랫동안 빛나는 기록을 세워가는 동아리는 드물 것이다. 산사랑 모임은 15년째에 들어섰다고 한다. 호혜(互惠)와 높은 결속력으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회원 모두 건강해 보이고 활력이 넘친다.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면 1인당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신다는데 산행을 시작하기 십수 년 전보다 주량이 늘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도 신체 나이를 측정하면 10세 정도 감해진다며 이 모든 게 산행을 하는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그뿐만이 아니다. 뒤풀이 장소에서 울려 퍼지는, 지성인 씨의 하모니카 연주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함께 박수치며 따라 부르는 가곡은 산사랑 회원의 지적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등산은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비책임이 틀림없다. 다음 목표는 2022년 7월 1,000차 기념 산행이라고 한다. "우린 쉬지 않고 오른다!"는 건배사가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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