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적한 경제 현안 많은데…" 예상 못한 개헌론에 경제계 혼란

대통령 임기 내 개헌-경제 패러다임 바뀌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의원들 자리에 예산안 설명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연합뉴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의원들 자리에 예산안 설명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제가 먼저' 라며 개헌에 반대해 온 박 대통령이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개헌 외 모든 현안을 후순위로 밀어내는 초대형 블랙홀을 예고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개헌 카드에 경제계는 핵폭탄을 맞은 듯 요동쳤다. 예산 전쟁을 앞둔 정부도 혼란에 빠졌다.

◆참 나쁜 개헌론

경제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참 나쁜 대통령', '경제 블랙홀' 등을 거론하면서 개헌론을 일축하던 박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자칫 현 정권의 개헌 추진 움직임에 경제 현안들이 뒤로 밀릴까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과 대구상공회의소'대구은행 등 지역 경제단체들과 금융권 등은 박 대통령의 개헌론에 대해 공식 입장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각 단체 관계자들은 개헌론에 대체로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역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이 1년가량 남은 시기에 박 대통령이 개헌론을 언급해 깜짝 놀랐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가기에 앞서 경제활성화를 위한 동력이 필요한 시기인데 개헌에 관심이 집중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도 "노동개혁법안이 계류 중에 있고, 법인세 인상론도 불붙고 있는 때에 개헌론까지 논의되면 경제 살리기 현안은 완전 묻히고 경영환경도 악화될 것이다. 때가 좋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의 한 관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론을 꺼낼 때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개헌론은 업계 입장에서 '참 나쁜 개헌론'이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는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경제 이슈는 뒷전으로 미뤄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개헌 '블랙홀', 가계부채'구조조정 삼키나

개헌론은 각종 현안이 산적한 우리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개헌의 찬반 및 향후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정국이 요동치면서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경제 이슈들이 주요 관심사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우려에 박 대통령도 취임 후 줄곧 정치권의 개헌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지금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리느냐. 경제가 살아났을 때 국민들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견을 수렴)해서 공감대를 모아서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 올해까지 공무원연금 개혁, 임금피크제, 크라우드 펀딩, 계좌이동제, 자유학기제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 상황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노동개혁 4법 등 핵심 정책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들은 이해관계자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으로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5번의 금리 인하를 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 북핵 문제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도 산적해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가 시작될 경우 부실 기업'업종 구조조정, 4대 개혁, 가계부채'부동산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이 매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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