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통에 능한 정치인이다. 소통의 기술적 측면과 아울러 소통할 때 상대에게 진정성을 전달한다. 그는 2014년 5월 애리조나주 총기 사고로 숨진 9세 소녀를 언급하던 중 51초간 침묵했다. 긴 침묵 끝에 깊은 한숨을 쉰 그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미국의 언론은 그가 전 국민과 마음을 나눴다며 높이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도 곧잘 한다. 2013년에 그의 야심 찬 건강보험 개혁 정책인 '오바마 케어'가 웹 사이트의 부실로 말미암아 큰 혼란에 빠졌다.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의 부작용을 부각시키던 차에 이 일이 터지자 맹공을 퍼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민심은 빠르게 안정되었고 공화당도 한발 물러서며 사태가 수습됐다.
소통 전문가 김호와 과학자 정재승은 '쿨하게 사과하라'는 저서를 통해 '사과'의 힘을 강조했다. 사과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놀라운 효과를 지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패자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감을 수반한 말이며 지도자가 신뢰를 얻으려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승자의 언어'임을 알려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진솔하게 사과했고 적절한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다. 한때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쳤으나 퇴임 3개월을 앞두고 55%의 높은 지지율을 보여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있다. 정책적 성공과 함께 뛰어난 소통 능력이 그의 재임 말년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충격파를 던졌다. 개헌을 공론화하는 순간, 모든 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라며 반대하던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어서 의아스럽다. 입장 변화에 대한 배경 설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등을 가리려는 반전용 카드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야권은 이번 시정연설을 앞두고 '최순실 게이트' 등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래서야 야권과 국민이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개헌의 필요성이 충분하지만,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추진 동력을 제대로 얻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날 민간인 신분인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중요 문서를 미리 받아봤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정 농단 사태'가 개헌 논의를 다시 일거에 잠재울 기세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