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건설, 직원 600명 중 500명 인천으로

포항 본사 주소지만 남기고 이사…하도급 업체 붕괴 후폭풍 거셀 듯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건설이 이르면 연말쯤 사실상 포항을 떠나 인천으로 간다. 포항에 일감이 없어서다. 포항에 있던 600여 명의 임직원 중 500여 명이 보따리를 싼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 연말을 기점으로 포항을 등지게 돼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 경제에 또다시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25일 포스코건설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본사 주소지만 포항에 남기고 포항에 있던 임직원들은 연말쯤 모두 인천으로 간다.

수년째 이어지는 철강 경기 악화로 포스코가 주저앉았고 일부 계열사가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포스코 일감이 다른 계열사로 대거 빠져나간 데 따른 결정이다. 포항에서 주로 하고 있는 해외 수주(플랜트) 분야가 바닥을 기고 있는 데다 관련 업무 진행도 인천에서 하는 것이 보다 수월하다는 이유에서 포스코건설은 포항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2월 한찬건 사장 취임 이후 포스코건설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3천6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833억원이나 줄었다. 영업에서도 올해 1천771억원의 손실이 발생,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포스코건설 포항 플랜트팀이 주로 하던 해외 수주도 올 상반기 3천394억원을 기록, 전년 상반기(8천48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던 일감도 자본잠식에 빠진 포스코플랜텍으로 대거 빠지면서 포스코건설의 포항살이가 더욱 힘겨워졌다.

포스코건설은 포항을 뜨는 것과 동시에 대규모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말까지 직원 52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을 세웠으며 이달 중순부터 매주 금요일 직원 면담을 하고 있다. 정규직 3천455명, 기간제 1천897명 등 모두 5천352명 가운데 약 10%에 이르는 인원이 희망퇴직 대상에 올랐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직원들은 인천으로 가지만 본사 기능인 세무 업무만큼은 포항에 두고 간다"고 했다.

포스코건설이 포항을 뜨게 되면 인구 감소'하도급업체 붕괴 등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이지만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 등 지역경제를 책임져야 할 기관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