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컴퓨터, 스마트폰에 지금과 같은 컬러 디스플레이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쉬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우리가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데는 엄청난 한계를 겪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세상과 유사한 관점을 보여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IT업계는 디스플레이로 하여금 사람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3D 디스플레이나 VR장비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더 더 더 넓은 색상, '와이드 컬러'란?
디스플레이 업계는 실제에 가까운 시야를 제공하고자 색영역 확장과 색재현율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색영역에 대한 디스플레이의 색재현율이 극에 달한 만큼, 최근에는 색영역을 확장하는 '와이드 컬러'(Wide)에 관심이 집중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색영역 및 색재현율의 기준을 세우고자 국제조명위원회(CIE: Commission Internationale de L'eclairage)가 1931년과 1976년에 각각 제정한 'CIE xy' 및 'CIE u'v'' 좌표계 색도도를 주로 사용한다. 이 좌표계는 말굽 모양의 위로 굽은 곡선 아래를 직선으로 가로막은, 타원을 반으로 자른 형태의 도형 속에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색상을 표시한다.
다만 디스플레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이 모든 색을 표시할 수는 없는 만큼, 업계는 색도도 안에 적색(R), 녹색(G), 청색(B)의 한계치를 각각 지정한 뒤 이를 연결한 색영역 삼각형을 색재현율에 대한 규격으로 삼고 있다.
디지털 업계에서는 주로 어도비 사의 인쇄장비 기준 색영역 'Adobe RGB'와, 1996년 HP/MS社가 만든 TV'웹표준 색영역 'sRGB'를 널리 쓴다.
디스플레이의 색재현율이 sRGB 100%라면 이 장비는 sRGB 삼각형에 있는 모든 색상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갤럭시노트 등에 채택한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색재현율은 sRGB보다 훨씬 넓은 색 규격 'Adobe RGB'를 기준으로 100%에 이른다.
오늘날 많은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실제 세상에 좀 더 가까운 화면을 보여주고자 와이드 컬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와이드 컬러가 자리잡으면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영상 생산과 배포, 갈무리 기술도 덩달아 향상되는 만큼, 와이드 컬러는 시청각 업계 전반에서 공을 들이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애플, 'DCI-P3 와이드컬러 색영역' 채택
이런 가운데 애플은 최근 sRGB보다 더욱 넓은 색영역 'DCI-P3 Wide Color Gamut'(이하 P3)를 자사 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색표준으로 채택했다. 애플은 P3를 구현하는 운영체제와 디스플레이를 4K'5K(4천'5천 픽셀 해상도) 아이맥, 아이패드 프로, 아이폰7에 적용함으로써 극장 수준의 와이드 컬러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P3는 미국 영화산업에서 디지털 영사기의 색영역으로 사용하고자 만들었던 것으로, CIE 1931 좌표계 기준 45.5%의 색영역을 나타낸다. sRGB와 비교해 청색 계열에서는 확장 폭이 거의 없지만, 적색 계열에서는 인간 가시영역의 최대치에 가까운 색도 표시할 만큼 색영역이 크게 넓다. 다만 Adobe RGB와 비교하면 청'녹색 영역에서는 P3의 표현 범위가 다소 좁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은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2억1100만 대 판매될 전망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생산하는 자사 특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전 세계에 와이드 컬러 경험을 보편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지금껏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똑같은 색으로 보이던 영역을, P3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색상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향상된 디스플레이, 소비자 컴퓨팅 경험도 변화할 것
업계는 이번 애플의 와이드 컬러 보급의 영향으로 시청각 콘텐츠 제작자 및 소비자들의 시각적 경험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DSLR 카메라로 촬영한 'RAW' 포맷의 무수정 원본 사진 파일을 편집하더라도 어떤 모니터로든 원본만큼 생생하게 볼 수 없어 불편이 컸다.
디스플레이 전문 매체 '디스플레이메이트'(DisplayMate)는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에 도입한 와이드 컬러는 최고로 절대적인 색상 정확도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모바일 화면 용으로서 제일 낮은 빛 반사율, 어떠한 사진 수준에서도 제일 높은 명도, 환경광에서 제일 높은 대비, 여러 시야각에서 가장 낮은 색상 변이도를 제공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애플의 이런 시도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비해 표현 능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LCD에 대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찬사를 받는다. 적어도 LCD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색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 만큼, OLED 업계는 긴장의 끈을 죄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든다고 평가받는 삼성전자에도 당장 불똥이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런 와이드 컬러 도입 및 색재현율 경쟁에 따라 소비자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준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기기를 통해 좀 더 실제에 가까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때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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