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유난히 심했던 올여름 폭염도 자연의 변화 앞에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슥~' 하고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은 농부들에게 고생의 대가를 보답하는 풍요로운 계절이면서, 우리에게도 연초에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실천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해 주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남은 기간 동안 초심으로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갑자기 우스갯소리 하나가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매주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 너무 간절히 비는 그 사람에게 하느님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제발 빌기 전에 로또 좀 사고 나서 빌어라."
우리는 항상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지만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달콤한 과실을 탐할 때가 많다. 누구나 목표를 정해 시작만 해놓고 매사 흐지부지 끝내 버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돈을 낭비하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또 하나 재미난 얘기가 생각난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제가 남보다 외모나 생활 형편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성실함은 자부하오니 오래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너무 간절히 빌다 보니 하느님이 성실함에 감동하셔서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얼마 후 죽어 하느님 앞에 섰다. 이 사람은 억울한 마음에 하느님께 "아니 영원히 살게 해주신다고 약속하셨으면서 왜 저를 데리고 왔습니까?" 하고 따졌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길 "미안하다. 나의 실수다. 내가 잘못 알아봤다". 이유인즉, 이 사람은 하느님이 영원히 살게 해주겠다는 말을 하자 더는 이 몰골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어 성형수술을 한 것이었다. 이게 다 성실하게 살겠다는 초심이 변해버린 결과이다.
우리는 사소한 유혹에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초심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마 다들 연초에 '외국어를 열심히 하겠다' '악기를 하나 배우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굳은 맹세를 했지만 '직장일이 바쁘다' '운동하기 불편한 날씨다'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10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한 번쯤은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제 곧 겨울이다. 시종여일(始終如一), 즉 처음과 끝이 같이 될 수 있도록 초심의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결실을 거둘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도 남은 기간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인 고사성어 '마부작침'(摩斧作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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