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여객기가 한 대 추락하는 것과 맞먹는다. 부상자는 4년제 대학 재학생이 모두 다치는 것과 같다. 도로 위 사고를 줄이는 일은 하나의 큰 재난을 막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에 대구시는 올해부터 3년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를 30%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로 '비전 330'이다. 시뿐만 아니라 경찰 등 10여 개의 관련 기관과 단체가 머리를 맞댔다. 첫해인 올해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면서 교통사고 줄이기에 탄력이 붙고 있다.
◆현장 맞춤형 신속 대응
지난 6월 19일 오전 4시 10분쯤 대구 수성구 황금동 두리봉터널 인근에서 19살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3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은 크게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두리봉터널을 빠져나온 승용차가 도로 위 화물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이다.
이 도로는 터널에서 나오면 곧바로 곡선으로 이어져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여기에 단속 카메라가 없다 보니 과속을 예방할 수 없었다. 사고 주변에 '차고지 외 밤샘주차 집중단속 지역'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불법 주차가 흔한 것도 문제였다.
사고 직후 유관기관 합동 현장분석'개선팀(태스크포스)이 출동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현장 분석을 통해 교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우측 차로를 축소하고, 80m에 걸쳐 안전지대를 설치했다. 이를 따라 시선 유도 시설도 도입하고 버스승강장도 옮겼다. 과속을 막고자 단속 카메라도 설치했다. 도로 바닥에는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게 다시 포장했고, 위험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추가했다.
태스크포스는 사망사고가 나면 하루 이틀 안에 현장을 찾아 분석에 들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해 1개월 내에 조치를 마친다. 같은 지점에서 사망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15차례 태스크포스 회의가 열려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안전한 교통 환경 만들기
대구시가 사고를 줄이고자 가장 중점을 둔 정책은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투입하는 1천135억원 중 805억원을 환경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다. 대구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대구시설공단 등 관련 기관들도 협조체계를 구축해 함께 추진한다. 이를 통해 사고 위험성이 큰 도로의 안전성을 높이고,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물을 확충한다.
우선 올해는 상반기까지 도로 32곳에 대해 안전진단을 마쳤고, 교차로 7곳의 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교통약자보호구역 44곳을 지정했다. 이 중 어린이보호구역이 24곳으로 가장 많고, 노인과 장애인보호구역이 각각 18곳과 2곳이 새롭게 선정됐다. 기존 보호구역 45곳에 대해서도 시설을 개선했다.
또 사고 예방을 위한 핵심과제로 자동차 속도관리에 나선다. 제한속도를 간선도로는 50㎞/h로, 이면도로는 30㎞/h로 각각 내린다는 것이다. 이를 지점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는 우선 11개 가로에 제한속도를 70㎞/h에서 60㎞/h로 내렸다. 이와 동시에 사고가 잦은 곳에는 신호위반'과속단속 카메라를 현재 267대에서 402대로 늘린다.
야간시간의 교통안전을 위한 대책도 도입한다. 차선을 칠하는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기고, 잘 비치는 페인트를 사용해 차선 밝기를 2배 높인다. 우선 도로 30곳 450㎞에 차선을 색칠했고, 가로등 점등시간을 일출 20분 전에서 15분 전으로 바꿨다.
◆실천 문화와 질서 확립
시설과 같은 환경이 달라져도 운전자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사고 감소 효과는 반감된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이 참여해 일상 속 안전운전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모든 시민이 참여하는 '교통문화 선진화 범시민운동본부'를 추진하고 있다. 본부가 구성되면 여러 기관과 함께 사고다발 지점'시간'유형별로 맞춤형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구'군 평가를 정례화해 우수한 곳에는 포상한다.
또 대구교육청과 협력해 미래 운전자인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전문강사를 학교에 직접 파견하는 위탁형 교육을 강화한다. 운전면허를 처음으로 따는 대학생을 위해선 교통안전 교양과목 개설을 추진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교통질서도 바로 세운다. 시간선택 임기제 공무원을 활용해 2018년까지 불법 주정차 단속인력 100명을 포함해 이동식 단속 장비 30대, 버스전용차로 단속 장비 44대, 신호위반'과속차량 단속 장비 404대를 확충한다. 이를 통해 출'퇴근시간대 통행량이 많은 구간에 대해 경찰과 협력해 상시 단속을 벌인다는 것.
올 한 해 동안 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편 결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교통사고 건수가 9천618건으로, 지난해 1만422건보다 8%(804건) 줄었다. 사고 줄이기 정책 기준으로 잡은 2014년과 비교하면 10%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부상자 수도 1만5천219명에서 1만3천699명으로 10% 줄었다.
황종길 대구시 건설교통국장은 "대구가 교통사고 발생률 전국 최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쏟아 비전33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사고 줄이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에는 어렵지만 기관'단체가 협업해 각자의 분야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