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확산 일로에 있다. 최 씨의 개입이 '연설과 홍보'에 국한하지 않고, 청와대 참모진 인사는 물론 외교와 안보 분야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 씨 사무실에서 민정수석비서관 추천 청와대 내부 보고서와 대외비인 해외 순방 일정표,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 당선인이 북한과의 비밀 접촉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2013년 초 작성된 '중국 특사단 추천의원' '다보스포럼 특사 추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등의 외교 문서도 최 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 씨가 국정에 어디까지 얼마나 개입했는지가 새로운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정황 증거만으로도 최 씨의 국정 개입 범위와 수위는 상상 이상일 것이란 의심은 합리적이다. 이와 관련한 제보가 각 언론사에 밀려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 씨의 전방위적 국정 개입이 의혹에서 사실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경제 위기나 안보 문제 등 발등에 떨어진 국정 과제는 '최순실 게이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 남았다. 이런 시점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국정 과제를 삼켜버리는 사태는 박 대통령의 권위와 통치력을 추락시키는 데에서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막는 길은 박 대통령의 결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불통'과 '아집'이란 비판을 받아온 국정 운영 방식을 '리셋'하는 것이다. '불통'을 '소통'으로, '아집'을 '겸손'으로 바꾸라는 소리다. 이를 위해서는 '인의 장막'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 대상자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와 각종 의혹으로 '도덕적 죽음'에 이른 것이나 마찬가지인 우병우 민정수석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한 마당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새로운 의혹에 대해 부인하거나 감추지 않고, 사실이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최순실 의혹을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매도한 것으로 이미 박 대통령은 신뢰를 상실했다. 이를 조금이나마 복구하려면 진실해야 한다. 국민이 다시 지지를 보낼지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면 못할 것이 없다. 가진 것을 버리면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다. 버릴 것이 무엇이고 새로 갖게 될 것이 무엇인지는 박 대통령 자신이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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