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음악가인 밥 딜런(Bob Dylan)이 2016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확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질서를 한참 벗어난 파격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파격적 현상은 항상 기존 질서의 위협과 견제에 시달린다. 위협과 견제 속에서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 일류 행위로 평가받는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과 그 사회의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양성평등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양성평등은 여성과 남성의 동반 상승을 목표로 지난 5천 년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려고 한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차별이 아닌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되었다. 전 세계 남성의 동참을 이끌고 있는 UN의 '히포시'(HeForShe) 캠페인을 비롯하여, 각 나라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사회조직 구조에서부터 일상생활의 실천에 이르기까지 양성평등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돌봄'을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을 때까지 다양한 돌봄이 필요하다. 그동안 돌봄의 선택지는 여성에게만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이 돌봄에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돌봄이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는 인식은 출산에 따른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조앤 트론토(Joan Tronto)의 주장처럼 돌봄이 여성의 일로 구분되면서 남성이 돌봄의 무임승차권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현대에 와서 돌봄의 불균형이 강한 비판을 받는 것은 돌봄이 가족 내 불평등이나 여성의 기회 차단을 넘어, 국가와 인종으로까지 불평등 구조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일'가정 양립 정책을 통해 '함께 돌봄'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국가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돌봄은 그 중심에 있으며, 불평등한 돌봄은 여성의 사회 참여와 경제활동을 저하시키고, 성별 노동시장 분리와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함께 돌봄'의 중요성에 따른 공감과 달리 실천은 더딘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2015년 대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2천311명인데 반해, 남성은 99명이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이 50%를 넘고 있지만, 가사노동에서 남성이 공평하게 분담하는 비율은 12.7%에 불과하다.
양성평등 국가로 대표되는 노르웨이에서는 남성 근로자의 85%가 아버지 휴직을 사용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정책적으로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하기도 하였으나, 육아 체험을 통한 성취감과 만족감, 아이와의 관계 강화에서 오는 긍정적 결과의 확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동력으로 최근에는 양성평등과 돌보는 남성 이미지를 표현한 '노르웨이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하면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함께 돌봄'을 생활화하는 것이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의 육아휴직도 여성의 육아휴직만큼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성과 남성이 돌봄의 책임과 권리를 공유하는 '함께 돌봄'의 실천이야말로 양성평등 실현과 저출산, 고령화 등 적잖은 문제를 풀어갈 해법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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