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마지막 타이밍

'타이밍'(timing). 이 영어의 사전적 정의는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함'이다. 타이밍은 의사결정이고, 이는 생각이다. 타이밍의 중요성은 비단 주식,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성공의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언제' 열심히 하는지, 그 타이밍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반대로 우리가 겪는 많은 실패는 때가 맞지 않아, 즉 '타이밍'이 맞지 않아 생기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귀중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온 나라를 들쑤셔놓은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박근혜 대통령, 또 청와대 참모와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에서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지난 2007년부터 언론에 등장했고 그 후로도 간간이 거론됐다. 올 들어서는 지난 7월 박 대통령의 '막후 비서실장'으로 불린 정윤회 씨가 이혼한 전 부인 최 씨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하면서 재차 이름을 드러냈다. 이후 정권 핵심과 '미르'K스포츠-최순실' 연루 의혹이 불거졌고 '최순실'이란 이름은 지겹도록 언론과 정치권에서 오르내렸다.

9월 중순, 그러나 청와대는 '비선 실세' 의혹 제기에 "전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야당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에 나섰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이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일삼고 있다"며 "정권 흔들기식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최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겠느냐"고 단언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한 언론보도로 그간 '막장 드라마' 같았던 설(說)들이 '사실'로 옮겨가며 실체를 드러냈고 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혹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최 씨 등에 대한 고발장을 움켜쥐고만 있던 검찰이 의혹처로 꼽힌 곳의 압수수색에 나섰고, 새누리당도 부랴부랴 특별검사 도입을 당론화하며 청와대를 향해서는 국정쇄신,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돌이켜보면 타이밍을 놓쳐도 여러 번 놓쳤다. 좀 더 일찍, 그리고 솔직했다면 "도대체 이게 나라냐"는 국민 원성까진 들끓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은 해법을 찾느라 '심사숙고' 중이란다. 마지막 남은 타이밍마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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