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쇠사슬로 묶은 채 물이 가득 찬 수조에 들어갔다가 죽기 직전 탈출하는 '탈출 마술'의 개척자인 미국 마술사 해리 후디니(1874~1926)는 현세(現世)와 내세(來世)를 중개한다는 영매(靈媒)들의 거짓말을 폭로하는 사냥꾼이기도 했다. 그 계기는 어머니의 별세였다. 어머니와 재회를 간절히 바랐던 그는 영매를 찾아갔다. 영매는 어머니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영문(英文)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헝가리 이민자로 영어를 전혀 몰랐다. 영매는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후디니는 죽으면서도 영매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죽기 전에 아내와 단둘만 아는 암호를 은행금고에 넣어두고 그가 죽은 뒤 영매가 그 암호를 맞히게 했다. 영매가 진짜로 자신의 영혼과 소통할 수 있다면 암호를 알아낼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수많은 심령술사, 영매, 초능력자들이 여기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암호는 'Believe'였다.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1882년 런던에서 만들어진 '심령연구학회'(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이다. 다윈과 함께 자연선택을 발견한 앨프리드 월리스, 훗날 총리까지 오른 아서 밸푸어, 철학자 헨리 시지윅 등 쟁쟁한 인사들이 모두 여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자동기술'(自動記述)을 통한 의미 있는 교차통신(交叉通信)이 성공한다면 영혼이 존재함을 입증한다고 생각했다. '자동기술'이란 자신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나 글의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다른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이고, '교차통신'이란 죽은 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복수의 영매가 따로 수신하여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SPR은 여러 명의 영매를 동원해 이를 시도했으나 믿었던 영매가 사기꾼으로 드러나는 등 결과는 실패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단순한 인간적 친분을 넘어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가 떠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다.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뒤 최 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가 여러 차례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얘기한 것이라며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박 대통령이 최 목사를 의지한 점, 그리고 최 씨가 최 목사의 사실상 후계자로 된 것이 최 목사의 '영적 능력'을 이어받아서라고 알려진 점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이라면 오싹해진다. 박근혜정부의 정책 결정이 합리와 과학이 아니라 복서(卜筮)로 좌우됐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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