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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거리 먼 축구도 '좌·우' 양날개로 날더라…『좌익 축구 우익 축구』

좌익 축구 브라질·우익 축구 이탈리아…좌익, 개인기 존중 '아름다운 축구'

좌익 축구 우익 축구/니시베 겐지 지음/이지호 옮김/한스미디어 펴냄

축구는 정치사상과 상관이 없다. 그런데 좌익과 우익의 특징을 빌려 비유해 분석해볼 수 있는 좌익적인 축구와 우익적인 축구는 있다.

한마디로 좌익 축구는 아름답게 승리하는 축구로, 우익 축구는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축구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세계 축구 역사를 살펴보면 축구 강국들은 어떤 축구 노선을 밟아왔는지 알 수 있다. 브라질은 좌익, 이탈리아는 우익, 독일은 중도실용 축구를 했다. 아르헨티나는 좌우가 대립하며 축구를 해왔고, 프랑스는 이 모든 것이 혼재된 축구를 구현해왔다.

브라질 축구가 정말 그렇다. 호나우도, 호나우지뉴, 네이마르 등 개인기 좋은(테크닉 중시) 축구 스타가 거듭 등장했고, 축구에 '미친' 팬들(열광적인 신자가 많다)을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임에도 서구 선진국들과 어깨를 견주는 축구 내실을 다져왔다. 이탈리아 축구도 역시 그렇다. 이탈리아 축구는 철벽 수비를 자랑하는 빗장 축구, 즉 카테나치오(수비부터 시작한다)를 창시했다. 독일 축구는 신기하게도 실제 철학이 융성했던 나라답게 다양한 축구 철학을 번갈아 가며 채택해왔다. 어느 것이 더 나은지의 문제를 뛰어넘는 합리성이 독일 축구에도 수용됐고, 독일 축구는 그 어느 국가보다 기복 없이 꾸준히 세계 상위권을 차지해왔다.

좌파 축구의 원류는 스코틀랜드다. 19세기 잉글랜드의 힘이 넘치는 플레이에 대항하기 위해 숏패스를 많이 구사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기술의 축구로 체력의 축구를 넘어서려 했던 것이다. 이후 유럽과 남아메리카로 건너간 영국인 코치가 스코틀랜드 축구 스타일을 전래 및 보급했다.

이어 우파 축구가 융성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가 떠오른 1960년대다. 이탈리아 축구는 수비 중앙에 자유롭게 임무를 수행하는 리베로 선수를 배치해 수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엄격한 규율, 강한 체력, 자기희생 등을 강조하는 완성도 높은 우익 축구로 유럽 축구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좌파 축구와 우파 축구의 특징은 극좌 축구와 극우 축구를 구사하는 현직 축구 감독들에게서 명징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극좌 축구 감독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아스날 FC의 '아르센 벵거'다. 벵거의 축구는 유토피아를 지향한다.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자율과 규율의 균형을 중시한다. 벵거의 말은 이렇다. "축구팀도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규칙)이 필요합니다. 속박하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기 위한 규칙 말입니다."

대표적인 극우 축구 감독은 '디에고 시메오네'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군림하고 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두 특급 구단을 제치고 우승도 하는 등 최근 돌풍을 일으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이다. 시메오네의 축구는 우익 축구의 전형 중에서도 전형이다. 간단히 말하면 선수비 후속공이다. 조직적인 수비, 역습, 세트플레이라는 세 가지 무기를 쓴다. 이게 단순무식하건 어쨌건 기본을 탄탄히 지켜 승리지상주의가 추구하는 최상의 결과인 승리를 이끌어낸다. 시메오네는 최근 열린 2015/16시즌 프리메라리가 어워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눈여겨볼 것은 극단으로 가지 않고 합리적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도 축구다. 중도 좌익 감독의 대표격은 오랜 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이다. 대표적인 중도 우익 감독으로는 FC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첼시 FC 등 유럽 프로축구 강팀을 잇따라 맡았고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으로 있는 '조세 무리뉴'가 꼽힌다. 우익적 축구 정신에 좌익적 축구 전술이 탑재되기도 하고, 좌익적 축구 정신에 우익적 축구 전술이 녹아들기도 한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 축구의 역사는 먼저 등장한 좌익 축구와 이후 등장한 우익 축구의 흥망성쇠의 반복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두 축구가 뿌리부터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실은 좌익 축구의 원류인 스코틀랜드의 숏패스를 기반으로 역시 우익 축구의 융성을 이끈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가 나왔다. 단단히 수비하려면 정밀한 숏패스는 필수였다. 이렇게 좌익 축구와 우익 축구는 대립하기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축구도 좌익과 우익, 양 날개로 나는 셈이다.

저자는 일본 축구 잡지 기자 출신 니시베 켄지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이 감수를 맡았다.

248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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