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가 기능 마비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처음으로 10%대로 추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박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대통령의 말이 공무원에게 영이 설 리 없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27일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흔들림 없는 업무 수행'을 강조했지만, 공직사회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가 기능은 마비 상태에 있는지 모른다.
이런 난국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필요하다. 그 첫 수순은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 인적쇄신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그런 요구를 했고 28일에는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할 것"(정진석 원내대표)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행보는 굼뜨기만 하다. 청와대의 전언은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도대체 심사숙고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최 씨의 국정 농단에 깊이 연루된 인사들이 아직도 청와대에 건재해 있다. 대통령 측근 비리 감시라는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우병우 민정수석,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최 씨에게 국정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정호성 제1부속실장을 포함한 '문고리 3인방'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을 아직도 곁에 두는 것은 박 대통령이 특검을 대비해 최 씨의 국정 농단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다.
이들의 언행은 실제로 그런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26일 이원종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10명이 일괄사퇴 문제를 논의했으나 우 수석과 안 수석이 반대했다고 한다. "대통령만 놔두고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란 보호막 뒤에 숨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들의 정리는 사태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국민의 공복(公僕)임을 잊고 최 씨의 사익추구 수족이 된 공직자들도 속히 쳐내야 한다. 그 시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지만 지금 상황에서 장고 자체가 악수다. 인적쇄신을 미적대는 것과 비례해 박 대통령의 권위와 도덕성은 빠르게 소진될 것이다. 야권의 요구대로 '거국 중립내각'이나 '책임총리에 권한 일부 이양'을 수용할지 말지는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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