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 국정의 수습책을 놓고 야당이 보여주는 행태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수습을 내세워 헌법을 넘어서려 하는가 하면 이번 사태에 따른 정치적 반대급부를 더 끌어내기 위해 수습책을 고민하는 척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어서다. 이런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수권정당 자격에 대한 국민의 회의(懷疑)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수습책의 가장 유력한 대안인 거국중립내각의 구성과 관련해 ▷대통령 권한의 국회 이양 ▷국회가 총리 지명 ▷총리가 각료 지명 ▷이렇게 구성된 내각에 대통령의 국정 이양 등을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박탈하자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반(反)헌법적 발상이다. 수습이 시급하지만 이렇게 헌법을 우회하는 방식은 절대로 안 된다. 그 자체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절대로 남겨서는 안 될 선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다.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적 가치의 실현에 철저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주장은 대권주자 자격을 의심케 하는 기본 상식의 결여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동조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야당의 거국중립내각 거부는 야당의 목적이 거국중립내각이 아니라 국정 혼란을 지속시키는 데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거국중립내각은 야권이 먼저 제안했다. 이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이자, 못 하겠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표변이다. 거국내각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진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립내각의 출범으로 혼란이 수습된다면 야당이 활개칠 공간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것이 싫다는 것 아닌가.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부터 야당은 '최순실 정국'을 내년 대선 때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렇게 되면 대선에서 야당이 손쉽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야당의 변덕은 그런 관측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 게 아니라면 야당은 속히 행동을 바꿔야 한다. 진상 규명과 수습책 마련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진상 규명도 중요하고 수습책 마련 역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진상 규명과 수습책 마련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선(先) 진상 규명을 내세워 수습책 마련을 질질 끈다면 '최순실 의혹'을 정략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의심과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작금의 국정 혼란이 수습되지 않으면 국민이 피해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야당은 항상 국민을 위한다고 해왔다. 지금이 그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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