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년간 우리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계파로 위세를 떨쳐온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제1야당의 주류로 시작해 이명박정부 시절 '여당 내 야당'을 거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여권의 명실상부한 주류가 된 지 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박근혜'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계파 보스와 '영남'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의 양대 요소를 완벽하게 겸비한 친박계도 평범한 중년여성의 국정 개입 의혹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친박계의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은 수면 아래에서 잠행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박연대'란 정당을 창당한 이래 친박의 맏형으로 불려온 서청원 의원 역시 입을 닫고 있다.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지도부는 이미 당내 적지 않은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공식적으로 받고 있다.
이런 친박계의 세 위축은 지난 2007년 친노(친노무현)계가 위기에 몰리면서 '폐족'으로 불렸던 현상과 매우 흡사하다는 분석이 많다. 당시엔 야당인 한나라당과 여당 내 비노(비노무현)계가 친노를 '폐족'으로 불렀고 친노계 일각에서도 "우리는 폐족"이라는 자조가 새어 나왔던 게 사실이다.
대야 협상 및 원내 컨트롤 실무를 담당하던 조원진 의원도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야권과 협상은커녕 시끄러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면 밑에서 묵묵히 다른 의원들을 만나는 실정이다. 그는 1일 "지금 상황에서 친박계로 최고위원을 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하지만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눈칫밥을 먹는 상황이 있어도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완영 의원도 "당내 계파는 이제 무색해 졌다"며 "이제 와서 친박'비박이 어디 있고 그런 거를 따져봐야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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