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사 상황 보면서…" 대통령 수사 대비하는 靑

지지율 한 자릿수로 대폭락…野 '성역없는 조사' 압박 커, 안종범 수사가 변수 될 수도

'최순실 사태'로 사면초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수용할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입을 열지 않고서는 비선 실세로 지목되는 최 씨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어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일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 여부와 관련,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고 필요한 순간이 오면 숙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검찰의 수사상황을 보고 그때 가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후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본인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조만간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부와 검찰 차원에서 '대통령 조사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은 것과는 분명히 달라진 태도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게 정부의 종전 입장이었다.

청와대에서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배제하지 않은 것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차가워진 여론과 '성역없는 조사를 받으라'는 야당의 거센 압박과 무관치 않다.

비선 실세 의혹으로 초래된 국정 블랙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야당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들면 결국은 박 대통령 본인이 해명하지 않고서는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하는 단계가 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모금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날 검찰에 출석해 어떤 진술을 할지가 주목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최근 주변에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재단 사이의 연결고리인 안 전 수석이 다른 진술을 하거나, 최 씨가 박 대통령과 재단 설립'운영과 관련해 모의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박 대통령은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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