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러시아 헌법으로 인해 더 이상 대통령으로 연임할 수 없게 되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라는 2인자를 대통령에 올렸다. 그러고는 메드베데프가 임기를 마치자 본인이 다시 대통령의 자리를 차지했다.
필자는 일부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푸틴 따라하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새마을금고법에는 이사장의 임기가 4년이며 2차례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즉, 총 12년 동안 이사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다음 선거에서 이사장이 될 수 없는 이사장 가운데 일부는 '푸틴 따라하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몇 년이 지나면 새마을금고 세계의 푸틴이 등장하는 촌극이 일어날 것만 같은 조짐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보인다.
대다수 새마을금고가 채택하고 있는 임원 선거 방식은 간선제로, 100여 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총회에서 이사장을 선출한다. 대의원들은 회의를 거쳐 각 새마을금고의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이 대의원들을 잘 관리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한 새마을금고를 좌지우지하는 '독재자'가 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구의 일부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대의원으로 구성된 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한다'는 명분하에 자신의 직책을 이사장에서 상근이사로 옮기거나, 다시 4년 뒤에는 이사장으로 옮기고자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최고 권력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임금도 꼬박꼬박 챙기려던 꾀가 들통났던 것이다.
임기 종료를 앞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수가 적지 않은 만큼, 한 명의 푸틴이 등장하면 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푸틴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또 이런 상황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필연적으로 바지 이사장이라는 조연도 출연할 전망이다.
만약 바지 이사장과 상근이사라는 두 명의 실질적 이사장을 두고 금고가 운영된다면 이런 곳의 직원들은 큰 고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 명의 서로 다른 사실상의 이사장에게 월급이 지급된다면 어려운 금융 환경에 처한 모든 새마을금고의 현실에 역행하는 어두운 그림자로 짙게 남을 것이 뻔한 일이다. 이런 기형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책임은 고스란히 대의원과 해당 금고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나누어 져야 할 것이다. 물은 고이면 썩는 법이고,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반드시 길을 잃고 위험에 처한다.
이제 새마을금고에서도 이사장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자리를 놓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금융을 잘 아는 전문 경영인이 새마을금고에 필요한 때다. 상근이사라는 자리는 오랜 기간 금융인으로 몸담았던 전문 경영인을 필요로 하는 자리임에도 선출직으로 당선되어 일정 기간 근무 자격을 갖춘 후 상근이사가 되는 제도의 모순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몇몇 사람이 의사 결정을 하는 폐쇄적인 경영 방식을 고집한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상부상조하는 협동조직인 새마을금고는 많은 어려움과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이제 어엿한 민족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내고 있다. 앞선 선배들의 수많은 노력과 자기희생을 바탕으로 일궈진 새마을금고가 자기중심적인 몇몇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존재 이념마저 퇴색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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