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eat는 집] 찬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전어'

'가'출한 며느리도 '을'이 돼 돌아온대 '전'어 굽는 냄새에 '어'찌나 고소하면

'가출한 며느리 최고 설득 카드가 시어머니 항복문서도, 남편의 반성문도 아닌 전어 굽는 냄새였다?' 이 우스꽝스러운 속담 한마디는 전어가 전통시대 민초들의 입맛을 얼마나 유혹했는지 잘 알게 해준다. 생선과 관련된 속담을 들여다보면 더 재미있다. 갈치, 고등어, 꽁치가 민간에 많이 오르내릴 것 같지만 속담 소재의 단연 1위는 전어였다.'가을 전어엔 깨가 서 말'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처럼 미각과 관련된 것부터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놓고 먹는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철에 돌아온다'처럼 다양한 풍속적 에피소드도 있다.

전어 시즌이 시작됐다.

올 전어 흥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남해발 콜레라. 전국을 휩쓴 콜레라 복병에 횟집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났다고 한다. 상인들은 찬바람이 불면 본격적으로 전어 시즌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년째 칠성시장 장어 골목에서 전어회를 취급했다는 박길자 씨는 "전어도 2, 3년 주기로 해갈이를 하는데 올해 것이 가장 맛있다"며, "뼈를 썰 때 촉감이 가볍고 속살이 선명할 뿐 아니라 특히 고소한 맛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전어회의 또 다른 '미덕'은 착한 가격. 1인당 1만~2만원 선에서 생선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횟감이 아닐까. 부둣가에서는 1만원으로 한 바가지씩 살 수도 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도 "귀천 없이 모두 좋아하고 맛이 좋아 사는 사람들이 돈(錢)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서민 횟감 전어가 콜레라 사태 이후 아직도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면서 이런 걱정들도 잠잠해졌지만, 위생이 정 걱정스럽다면 구이, 조림이나 튀김 같은 대안 요리도 있다.

아직도 '집 나간' 손님들이 있다면 이제 전어 집으로 가도 될 듯하다. '깨 서 말'의 고소한 맛이 아직 남아있을 때.

◆칠성동 장어골목 '부산민물장어'

#'전어와 대하'가을에만 즐기는 조합

부산 출신 남편과 전남 목포 출신 부인이 대구에서 연 횟집이다. 모든 메뉴에는 세 지방 요리의 특성이 조금씩 녹아 있다. 호남식 밑반찬에 부산식 회 썰기, 양념은 대구식이다. 전어 요리는 구이, 회, 무침회가 단품으로 나가지만 손님들 기호에 따라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전어와 대하'. 모둠 요리는 출하 시기가 비슷한 가을 한철 특별메뉴로 올리고 있다. 모든 전어는 남해에서 직송한 자연산만을 쓴다. 20년 넘는 오랜 거래로 단골이 확보돼 있다. 20년째 칠성시장에서 횟집을 해왔다는 박길자(52) 씨는 최근 5, 6년 새 전어 중 올 횟감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살이 통통하고 기름이 차지며 뼈 맛도 고소해요. 이런 전어 몇 년 안으로 다시 맛보기 힘들 겁니다."

*주요 메뉴: 전어'대하 세트 5만원

*주소: 대구 북구 칠성1동 1가

*전화번호: 053)424-6880

◆평리동 '전어회 전문점'

#2만원에 전어회 먹고 무침회까지

"뒤집은 깻잎에 김을 얹고 전어를 올린 후 고추, 마늘을 곁들여 보세요." 횟집 20년 경력의 최형수(55) 대표가 추천하는 '전어 시식법'이다. 전어 요리에 얼마나 자부심이 있는지 상호도 '전어회 전문점'으로 지었다.

방송 3사 전파를 모두 탄 덕에 전국 단위 단골이 많다. 저녁 시간에는 한참씩 대기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2만원짜리 하나면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어 블로거들 사이에 가성비 최고로 소문나 있다.

전어회 밑에 야채를 깔아주는데 이유는 반쯤 회로 먹은 후에 나머지는 초장을 뿌려 무침회로 먹어보라는 배려다. 그릴로 구워 내는 구이도 일품이다. 전어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어야 제맛이라고 말한다. 어두육미(魚頭肉尾)를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참고할 만한 집이다.

*주요 메뉴: 전어회 2만~4만원

*주소: 대구 서구 문화로 211

*전화번호: 053)566-9413

◆상동 '산꼼파'

#얼큰한 전어 조림 맛 보고 싶다면…

아마 전국에서 전어 요리를 가장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한다. 보통 전어 요리는 회, 구이 정도가 주 메뉴로 나오는데 산꼼파에서는 튀김, 무침회, 조림까지 먹을 수 있다. 회도 포 뜨기, 세꼬시, 껍질 제거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얼큰한 전어조림을 맛보고 싶다면 무조건 강추다. 3만5천원 코스 요리에 식사, 반주까지 해결할 수 있다. 장갑성(53) 대표는 한때 낚시광이었다. 이때 경험을 살려 가게의 모든 콘셉트를 '바다낚시'로 꾸몄다. 우선 모든 전어는 자연산만 들여온다. 가게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양식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점포에서 쓰는 모든 채소는 영천농장에서 직송해온다. 운이 좋으면 오골계 날계란을 서비스로 맛볼 수 있다.

*주요 메뉴: 회, 구이, 무침회, 조림코스 3만5천원

*주소: 대구 수성구 상화로 81

*전화번호: 053)765-0592

◆신암동 '통영아저씨'

#통영서 잡은 자연산 전어만 사용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자연산 전어만 취급한다. 자연산은 생존 기간이 하루에 불과해 일반 횟집에서는 꺼리지만 싱싱한 횟감 서비스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신암동에서 6년째 '통영서 잡은 자연산 전어'를 가게 모토로 하고 있다. 가을 한철 메뉴로 전어를 취급하지만 한때 체인점을 세 곳까지 두었을 정도로 번창한 적도 있었다. 통영아저씨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어 코스 요리. 회부터 구이, 무침회, 물회까지 풀코스로 맛볼 수 있다.

'수직썰기'로 회를 썰어 뼈를 씹을 때 거부감이 적고 오븐에서 구워내는 구이 맛도 일품이다. 권오형 대표는 전어구이를 먹을 때 내장부터 통째로 먹는 방식을 추천한다. 쓸개가 터지면서 쌉싸름한 맛을 즐길 수 있고 뼈째 먹는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주요 메뉴: 회, 구이, 무침회, 물회 코스 2만원

*주소: 대구 동구 송라로 156

*전화번호: 053)957-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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