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총리 내정자인 김병준(62) 국민대 교수는 유난히 총리직과 인연이 없었다. 대표 사례는 2006년이다. '노무현의 필사'로 불렸던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에 펴낸 책 '바보, 산을 옮기다'에 따르면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국무총리 후임으로 김 교수를 임명하려 했다. "영남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람은 안 된다"는 여야의 반발로 총리로 임명되지 못했고, 한명숙 총리가 참여정부의 세 번째 총리가 됐다. 새누리당에서 총리 후보군으로 김 내정자를 띄울 때 그가 "총리로 거론된 게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라며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참여정부 이후 공직을 떠나 있었지만 여야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5월 새누리당이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했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주축이 돼 최근까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공을 들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자 총리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국정 책임총리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평소 "개혁을 하려면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내정자의 국정 운영 철학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총리' 권한 부여를 약속했기 때문에 총리직을 수락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내정자는 이번 개각 때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를 직접 추천하며 책임총리 권한을 행사했다.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인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2003년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이하 지방분권위)에서 김 내정자와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지방분권위원장이었던 그는 당시 행정자치부에서 할 말은 하는 박 전 차관의 강직한 성품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중앙 부처와 싸워야 했던 기획운영실장 자리의 적임자로 호랑이(?) 같은 성격의 박 전 차관을 직접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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