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긴급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청와대가 총리 인사를 기습 발표하면서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던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2일 오전 9시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었다. 지도부 사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최순실 게이트 속 정국 운영 방안 등을 논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회의에는 대권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중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비박계 중진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지도부의 즉각 사퇴(정병국 의원), 박근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검찰 수사 협조(심재철 의원) 등을 주장하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다만 유승민 의원은 "당협위원장들이 우리 당의 주인이니 이분들이 모이는 공식기구에서 수습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지도부 총사퇴를 공식 요구한 대권 후보 5인 모임에 불참했던 유 의원은 당원의 투표로 선출된 지도부의 거취는 당원에게 물어야 한다며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오전 9시 30분, 한창 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청와대의 총리 임명 소식이 전해졌다. 회의 내내 침묵하던 김무성 전 대표가 먼저 자리를 떴고,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에게 "지금 보니까 총리 발표했네요. 사전에 아셨나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가 "그건 다음에…"라고 말끝을 흐리자 정 의원은 "그럼 백날 떠들어봐도 소용 없는 거 아니에요? 이런 상황이면 이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와의 거국내각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하던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유 의원도 회의 중간에 자리를 떠나며 "여당에서 최고중진회의를 하고 있는데 좀 당혹스럽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는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주호영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을 언급하며 "대구'경북에서 8.8%가 나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수치고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것"이라며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 옆에서 득을 많이 봤으니 이제 어려운 게 있으면 손해도 같이 봐야 한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이정현 대표가 "중진들의 귀한 말씀 고맙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가자 주 의원이 중간에 말을 끊으며 "말씀을 좀 아끼시는 것이 좋겠다"고 응수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