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태'로 국격이 추락한 것은 물론 온 국민들이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 허탈감과 분노가 뒤섞였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와 측근들에 대한 특혜는 학생과 학부모의 공분을 샀고, 국가 정책을 쥐락펴락한 자연인 최 씨의 농단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검찰 수사는 최 씨를 비롯한 측근과 관련 사업자, 청와대 참모, 관료 등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 수사가 속도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도 매일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인과 관료는 물론 장삼이사(張三李四)도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고 개탄한다.
온갖 의혹과 의혹이 쌓여 이제 터무니없는 얘기조차 진실로 들리고, 진실도 터무니없는 얘기로 들릴 정도다. 도대체 믿을 구석이 없다. '불신 공화국'이 될 판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말이 없다. "과거 도움을 받았던 이에게 연설문 등에 대해 '순수한 마음에서' 조언을 구했을 뿐"이라고만 한 뒤 입을 닫았다. 그리곤 정치권과 협의도 없이 내각 교체, 비서진 개편 등을 밀어붙이며 이 사태에서 서둘러 빠져나가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알고 있다. 안종범 전 수석이 독단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끌어모았다고 보는 이는 없을 게다. 또 '문고리 3인방'이나 참모들이 자발적으로 최 씨를 청와대로 모시고, 내부 문서를 전했을까. 그랬다고 한다면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웃을 일이다.
터무니없는 의혹을 확대재생산해 나라를 더 어지럽혀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고 정황이 뚜렷한 의혹을 꼬리자르기식으로 덮고 넘어가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사태의 윤곽이 드러날수록 모든 시선이 박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묻지 마'식 콘크리트 지지가 허물어지는 것도 목도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이 말해야 할 차례다. 수족들이 모두 잘리고,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내가 시킨 일" 또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스스로 검찰 조사를 받고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이번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의 패닉 상태를 아노미로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할 시점에 왔다.
그나마 이번 사태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절대 권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신기루에 빠진 이들이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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