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악기 한반도의 주인공은 공룡…『공룡의 나라 한반도』

공룡의 나라 한반도/허민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허민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교수가 자신의 지난 20년간 공룡 연구 성과를 되돌아본 책이다. 책은 공룡 발자국 얘기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30곳이 넘는 지역에서 1만 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다. 세계 최대 규모다.

저자는 "공룡 발자국 화석은 공룡 뼈 화석보다 희귀하다. 형성 당시의 퇴적물, 환경, 기후 등의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속성 작용과 화석화 과정도 거쳐야 하며, 그렇게 1억 년을 수많은 지각 변동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지나왔어야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발굴되거나 자연 노출된 공룡 발자국이 1만 개가 넘는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왜일까. 넓지 않은 땅 한반도에 꽤 많은 공룡 발자국이 찍힌 까닭은. 쉽게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많은 공룡이 한반도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마지막 공룡 시대인 백악기의 한반도, 특히 남해안은 공룡 최후의 낙원이었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식생과 번식을 위해 이동하던 공룡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장소가 바로 한반도였다. 세계 공룡 연구를 얘기할 때 한반도를 빼놓을 수 없는 까닭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공룡 발자국은 세 종류로 나뉜다. 목이 긴 용각류, 대부분 육식 공룡인 수각류, 두 다리로 걷는 초식 공룡인 조각류의 발자국이 서로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의 80%는 조각류가 남긴 것이다. 그래서 조각류 보행렬, 즉 조각류 공룡들이 줄지어 걸어가며 남긴 발자국 중 세계에서 가장 긴 흔적이 우리나라에 있다. 전남 여수의 작은 섬 추도에 84m 길이의 조각류 보행렬 화석이 있다. 조각류 공룡들이 호숫가의 물 마시기 좋은 자리를 찾으려고 걸어간 흔적이다.

공룡 발자국 말고도 책은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 뼈 화석, 공룡알 화석, 배설물인 공룡 분(糞) 화석, 공룡의 이빨과 피부 화석, 그리고 공룡과 함께 산 곤충과 새의 흔적 등에 대해 다룬다. 이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관련 이름이 붙은 공룡 화석이다.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는 국내 대표적인 공룡알 화석 발견지인 전남 보성 득량면 비봉리 선소마을에서 2003년 공룡 골격 화석으로 발견됐다. 이후 발굴이 꾸준히 진행됐고, 2011년 독일 지질학 학술지에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저자는 이 화석에 코리아노사우루스(한국룡)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붙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 토종 공룡의 고유한 특성들을 인정받아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관련 지명이나 학교명이 붙은 공룡 화석으로는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경기 화성 시화호에서 발견됨), 부경고사우루스(부경대 연구팀이 경남 하동 금성면에서 발견),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전남 해남 황산면 우항리에서 발견됨) 등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발견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도통 보이지 않는 화석도 있다. 공룡은 아니다. 중생대를 대표하는 연체동물 '암모나이트'의 화석이다. 왜일까. 이는 한반도 공룡 연구의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중생대에 한반도가 육지였기 때문에 물속에 사는 암모나이트는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중생대에 우리나라가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면 수많은 암모나이트 화석이 발견됐겠지만, 온전히 육지로 존재했기 때문에 대신 수많은 공룡 발자국이 남게 된 것이다.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공룡 화석도 많다. 중앙고속도로 의성 톨게이트 바로 옆인 의성군 봉양면 도원리 한 야산에서 거대한 용각류 공룡의 어깨뼈가 발견됐다. 이게 1996년 일인데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발굴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이곳 외에도 전국 곳곳에 발굴을 기다리는 공룡 화석이 많다. 일본과 중국이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으로 공룡 화석 발굴에 매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91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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