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신정(神政) 정치

우리나라가 온통 실망과 분노에 차 있다. 우리 국민이 맡긴 통치권을 엉뚱한 사람이 통째로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 때문이다. 국민이 맡긴 통치권의 기본 내용은 국가 안위와 경제 부흥 그리고 문화 융성이다. 이 고귀한 사명을 맡은 자는 그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택하여 그들의 의견을 모아서 국민의 뜻을 살펴 민주적으로 통치를 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를 위하여 국가 통치 시스템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시스템이 얼마나 바르고 탁월하냐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것이 부실하거나 무능하면 국가는 하등국가로 떨어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그 국가 통치 시스템을 사사로운 사람들이 운용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국정 농단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경에서 그리는 가장 완벽한 통치 형태는 하나님이 다스리는 나라, 이른바 하나님의 나라(The Kingdom of God)이다. 그 나라는 이 땅에 아직 없다. 그러나 대신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의와 희락과 평화의 나라로 이끌 사람을 찾아 세우려고 한다. 그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곧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다. 그의 통치를 두고 잠언에서는 이렇게 서술했다. "왕의 마음이 여호와의 손에 있음이 마치 봇물과 같아서 그가 임으로 인도하시느니라"(잠 21:1). 다윗은 그 마음이 항상 하나님의 손에 올려진 것같이 신의(神意)에 민감했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항상 구했고 그 뜻에 절대 순종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장차 나타나 온전히 하나님 나라를 세울 왕(메시아)을 '다윗의 자손'이라고 불렀다. 이런 형태의 통치를 곧 신정 정치라고 부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일부 언론에서 지금 우리나라를 신정 정치 국가라고 조롱했다. 성경이 말하는 그런 신정 정치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이비 영세교에 빠져 그동안 그들의 신언(神言)대로 조종당하는 정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비운에 죽은 분의 현몽을 거짓으로 꾸며 예언을 남발하며 다가온 무당 같은 사람에게 빠져 지금껏 그들의 말을 믿고 의존하며 나라를 다스렸다니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가. 이것은 신정정치가 아니다. 제대로 이름을 붙이려면 무당 정치 혹은 현몽 정치라 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 고대 왕국 유다의 망국 시기에 수많은 현몽가들이 나와서 저마다 거짓 예언들을 해대었다. 당시 유다의 왕들이 이 현몽가들의 사술(邪術)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때 선지자 예레미야를 통하여 하나님이 이렇게 경고하셨다. "보라 거짓 꿈을 예언하여 이르며 거짓과 헛된 자만(自慢)으로 내 백성을 미혹하게 하는 자를 내가 치리라. 내가 그들을 보내지 아니하였으며 명령하지 아니하였나니 그들은 이 백성에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 23:32)

우리나라는 종교적 천재들이 간혹 등장한다. 자기를 메시아라고 아예 내놓고 떠드는 사람에서부터 그늘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는 거짓 신비가들까지 사이비 교주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뜻밖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짓 영통(靈通)에 짓눌려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의 종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유는 신정 통치를 받고 싶은 영적 갈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불확실한 미래에 자기를 확실하게 이끌어줄 메시아를 찾는 심리가 신비주의에 매몰되는 이유이다. 갑작스러운 불행, 주변 사람들의 이반과 배신, 미래가 없는 절망감 등이 초월적인 존재에 귀의하고 싶게 만들거나 신의(神意)에 자기를 의탁하려는 부정 본능에 사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심히 아프다. 아픈 곳을 치료하려면 국민 모두가 치료 과정을 참으며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어둡고 차가운 새벽에도 여전히 아침이 오리란 믿음을 가진 자는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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