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예년과 사뭇 다른 가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출전, 숨 가쁜 가을을 보냈지만 올해는 해외에서 조용히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올 시즌 9위에 그친 수모를 만회하려면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신예 선수의 기량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대체 자원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 삼성은 단체 훈련보다 개인 훈련, 기술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한수 감독도 타격 지도에 팔을 걷어붙인다. "코치 시절 이지영, 조동찬, 김상수, 구자욱의 타격 자세를 교정하는 데 힘을 보태주기로 약속했다"는 말을 지키는 셈이다. 다만 그 약속에 포함됐던 박해민은 허리 통증으로 이번 훈련에 합류하지 못하게 됐다.
오키나와로 향한 코칭스태프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삼성은 겨우내 선발투수와 내·외야수, 포수를 추가로 찾아야 한다. 만약 자유계약 선수(FA) 자격을 얻은 차우찬과 최형우를 잡는 데 실패한다면 상황은 더 절박해진다. 둘 중 하나만 놓쳐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12승을 거둔 좌완 선발투수, 3할 30홈런 100타점을 넘기는 타자를 대체하는 자원이 쉽게 발굴될 리 없다.
삼성이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려면 외국인 투수 2명과 윤성환, 차우찬 외에 선발투수가 1명 더 필요하다. 차우찬이 삼성을 떠난다면 또 한 자리가 빈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업하는 사례가 나오면 불펜의 공백도 다시 메워야 한다.
백정현, 장필준, 정인욱, 최충연 등에게 선발로 나설 기회가 갈 수도 있다. 군 제대 후 합류한 안규현과 이수민, 시즌 막판 2경기에 불펜으로 나서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김승현 등도 1군 합류를 노린다. 베테랑 장원삼이 제 기량을 회복, 선발투수진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도 변수다.
외야 경쟁 구도에선 일단 지난 9월 제대 후 복귀한 김헌곤이 가장 눈에 띄는 새 얼굴이다. 수비에 강점이 있던 김헌곤은 상무 입대 후 올 시즌 퓨처스리그 타격 1위에 오를 정도로 타격 실력도 늘었다. 내야에선 올해 기량이 검증된 최재원 외에 추가로 1군에 데려갈 자원을 찾는다. 23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된 이성규 등이 후보다. 백업 포수 자리를 두고는 김민수, 권정웅, 김융 등 기존 자원과 대학 최고 포수로 꼽혔던 새내기 나원탁 등이 경쟁을 벌인다.
김한수 감독은 "최형우와 차우찬은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구단이 꼭 이들을 잡아줬으면 좋겠다"면서도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대체 자원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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