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를 찾는 인문교육, 인문도서 기부로부터] ⑤ 인문학으로 함께 여는 축제의 장

"인문학 읽고 쓰고 말하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줘요"

지난 9월 대구 초
지난 9월 대구 초'중'고 학생 및 교사 240여 명은 정부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 전국 학생 저자 책 출판기념회'에 참가해 책 쓰기 동아리 운영사례 등을 공유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인문학은 소통의 문학이다. 인문교육은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해' 만큼이나 '사람 간'을 지향한다. 나만의 독서를 넘어 친구와 또래, 교사, 학부모, 지역과 소통해 깊어지고 심화된 독서로 나아가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나누는 공감과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삶이 '나'에서 '우리', '사회'로 확대되어 공동체 속에서 서로 배려하며 함께 걸어갈 때 삶은 축제가 된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에서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 축제의 장이 되는 다양한 인문학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과 '대구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 이제는 대구에서 전국 행사로 확대된 '책 축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학'을 목표로 열리는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은 학생들이 인문학 관련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이나 감동을 'TED'나 '강연 100°'와 유사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발표의 장이다. 개별 학생의 독서활동을 넘어, 팀별 자율 독서'토론활동을 통한 텍스트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바탕으로 나눔과 공감의 독서 문화 확산, 행복한 삶을 실천할 수 있는 따뜻한 인재 양성이 목표이다.

대회 형식이 아닌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인문학'을 주제로 자신의 내면 성찰을 통해 절실하게 묻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지적 성찰의 즐거움을 소통하고 공유하는 데 지향점을 둔다.

인문학 독서 나눔 한마당은 2014년 '사람과 사람을 잇다'는 주제로 개최됐고,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과 관심을 받으며 3년째 열리고 있다. 올해도 지난 5월부터 학교, 지역 리그 예선을 거쳐 선발된 24개 팀 100여 명의 초'중'고교생들이 시교육청 본선대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2~5명씩 팀을 구성해 2016년 주제인 '안부를 묻다'로 인문도서를 고른 뒤, 팀별 독서와 토론 활동을 통해 얻게 된 내용,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다른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 등을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책이라는 텍스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내가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세상으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한다. 아울러 자신과 타인의 마음과 삶에, 학교에, 사회에 따뜻한 변화와 실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

2011년부터 매년 열리는 '교육가족 토론 어울마당'은 교육청의 대표적인 독서토론 행사다. 이는 과거 광복절, 한글날 등 각종 국경일 때 이뤄지던 계기교육(기념일, 사회적 이슈 등 정규 교육 과정에는 없는 특정 주제에 대해 이뤄지는 교육)을 토론 형식으로 발전시킨 행사다. 매년 500여 명의 학생, 교사, 학부모 등이 토론에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나이대를 막론하고 진행되는 만큼 토론 주제를 두고 펼치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올해로 7번째 진행된 토론 어울마당은, '빼앗긴 들, 되찾은 봄. 우리 시대의 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약 500명이 참석해 대구교육공동체가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이육사 시인의 딸인 이옥비 여사의 특강에 이어, 독립유공자 유가족 30여 명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원탁토론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 김삼웅 작가의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읽으며 독립을 위해 노력한 우리 선조의 삶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토론 어울마당은 학부모 지원단, 인문교사 지원단, 대학생 봉사자들이 재능기부로 행사 진행을 도와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 참여한 이용호 학생(도원초)의 가족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와 같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활동이 바로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문교육, 인성교육의 시작이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며 "이런 소중한 경험을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인문교육의 완성, 꿈과 삶을 담은 책 축제

대구 인문교육의 상징인 '100-100-1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학생 개인의 사고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그동안 쌓은 경험, 생각들을 정리한다. 이러한 책 쓰기 교육은 대구의 교육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의 교육 브랜드가 되었다. 2014년부터는 교육부 독서정책 핵심사업으로 지정돼 전국적으로 책 쓰기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전국에서 책 쓰기 열풍이 일어났다.

2009년 경명여고에서 출간된 '13+1' 활동, 책 쓰기 동아리 운영, 책 축제, 학생 책 출판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한 결과 지금까지 4만7천여 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했고 출판된 책만 150여 권에 이른다.

책 축제는 12월 말 각 학교의 책 쓰기 동아리들이 한 해 활동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희망하는 책 쓰기 동아리가 자신들만의 책 쓰기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책갈피 만들기, 팝업북 체험, 북 토크 콘서트 등 크고 작은 책 쓰기 관련 행사와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책 축제를 통해 학생들은 책 쓰기 동아리 간의 즐거운 만남을 경험했으며, 자신의 책 쓰기 결과물을 발표하고 서로 작품을 공유한다.

대구시교육청은 매년 책 축제에 출품한 500여 편을 대상으로, 학생 우수작품 30여 편을 선정해 책 출판을 지원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발성에 기초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고, 나누고, 그 결과물을 다시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며 "자신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책 축제를 더욱 내실있게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