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난파 직전의 위기다. 여권의 몰락은 야당에 기회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도 야당은 주도권을 완벽하게 행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5%로 주저앉고 거리로 나온 국민들이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야당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야권의 핵심 지지층 일부에선 야당이 너무 좌고우면한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야당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론의 추이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언제 동정 여론으로 바뀔지 알 수 없다"며 "탄핵과 하야로 가장 정치적 이익을 볼 수 있는 정파가 앞장서 초강수를 주장하는 것은 추후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다가 총선에서 역풍을 맞은 당시 야당(한나라당 등)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정치권에선 박근혜정부의 몰락으로 차기 정권에 근접해진 야당이 대선정국에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수위를 높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상황인데 굳이 여론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무리수를 야당이 주도할 필요는 없다"며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반전을 노리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의 노림수에 말려들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한 처분수위는 국민적 요구를 야당이 소화하는 모양새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2일을 장외투쟁일로 잡은 이유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여론을 살핀 뒤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야당은 경기침체 및 당면 현안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의 면모를 더욱 확실히 각인시키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실패를 보정하는 작업을 시도할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의 실패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야당이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민생예산 편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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