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속도내는 검찰…'문고리' 이재만·안봉근 겨눌까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에서 핵심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체포된 후 잇따라 곧바로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초반 수사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이라는 두 줄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우선 안 전 수석 쪽 수사는 재단 '강제 모금'과 최순실씨의 사유화 의혹 실체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때 최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이 최씨가 좌지우지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그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과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의 이권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를 대행사로 선정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도 있다.

안 전 수석이 포스코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 협조를 요구한 의혹 역시 제기됐다.

아울러 안 전 수석은 문화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차은택(47)씨 측근들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의 지분 강탈 시도를 도왔다는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향후 수사가 '문화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차씨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차씨는 박근혜 정부 들어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2014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2015년) 등을 역임하며 문화계 유력 인사로 갑작스럽게 부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씨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문화계 각종 이권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중국에 머무는 차씨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서둘러 재산을 처분하거나 현금화하고 있다는 흔적도 포착됐다.

차씨의 부인 오모씨가 최근 차씨 명의의 보험을 담보로 1억5천만원의 계약 대출을 받았다.

또 본인 소유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4층짜리 건물을 급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은 부지와 합쳐 평가액이 7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차씨가 실소유주라고 의심받는 광고회사 더플레이그라운드의 논현동 사무실도 매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발 빠른 재산 처분 움직임은 불법 취득 재산에 대한 검찰의 추징 보전을 피하려는 '꼼수'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차씨가 오는 9일 귀국해 조사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검찰은 "차씨 측으로부터 귀국 일정을 정식 통보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차씨 입국시 통보 조치를 요청한 검찰은 차씨가 입국하는 대로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현 정부 장·차관 중 가장 긴 재직 기록을 세우며 '체육 대통령'이라고 불린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수사망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최순실씨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그와 수시로 만나 국정 현안을 의논한 의혹을 받는다.

김 전 차관은 K스포츠재단 자금이 흘러들어 간 최씨의 개인 회사 더블루케이 사업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최순실씨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영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다.

한진그룹이 미르재단에 돈을 적게 낸 탓에 한진해운에 부당하게 퇴출당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조양호 한진 회장은 김 전 장관에게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이 밖에 검찰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50여 개 기업을 전수 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CJ그룹 측에 이미경 부회장 퇴진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나와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한편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선 검찰 칼날이 정호성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려온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으로 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고리 3인방은 1990년대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최측근 비서진이다.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전산 보안을 담당했다. 그의 승인이나 묵인 없이는 연설문 등 문서의 외부 유출이 불가능하므로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무관치 않을 수 있다.

안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씨의 의상실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이영선 전 행정관이 한때 속했던 제2부속실도 안 전 비서관 책임 아래 있었다.

두 비서관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가 불가피한 핵심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검찰은 박 대통령 수사에 앞서 이들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수사가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검찰은 다양한 경로로 제기돼 얽혀 있는 여러 의혹을 핵심 인물과 혐의별로 구분 지어 실체를 파악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