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털보기자의 이슈 털기]<27>-제3지대 '손학규'에게 기회를 주자

2006년 민심대장정 100일 중 2일째에 전남 장성 방울토마토 농가에서 농민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손학규.
2006년 민심대장정 100일 중 2일째에 전남 장성 방울토마토 농가에서 농민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손학규.

개인적으로 정치인 손학규에 대한 기억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당 대선 경선에서 양강 구도(이명박-박근혜)의 벽에 부딪쳐 결국 탈당을 선언했다. 이 선택은 손학규에게 시베리아 벌판같은 혹독한 시련을 안겨다줬다. 3번의 금배지(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를 거치고, 대권에 2번(여야에서 한번씩)이나 도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그동안 9년이 흘렀지만 정처없는 정치 노숙자 신세다. 만약 손학규가 탈당하지 않았다면, 다가올 대선에서 현 새누리당 유력 후보가 되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흘러간 강물이다.

현재 그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3지대'를 선언하며, '죽을 각오로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손학규가 정계에 복귀한 이 시점에서 그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여야가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현 시국이라면 거국내각의 책임총리로 제3지대에 있는 손학규가 적격이라는 얘기다. 경기도지사를 퇴임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후에 국민 앞에서 제대로 검증될 만한 기회조차 갖지 못했는데, 이번에 '손학규'라는 정치인의 진면목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도자로서의 능력 뿐 아니라 이념적 성향으로 볼 때도 책임총리로 딱이다.

◆현 시국에 거론되는 책임 총리 중에는 NO1. 손학규

9년 전, 서울 정치부 기자로 있던 시절 언론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대통령 후보는 단연 '손학규'였다. 이명박-박근혜 당시 후보들보다 기자들이 더 좋아했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했던 정치인 1위였다.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들에게 좋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 바로 손학규였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김병준 국무총리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야권과 합의해 '손학규' 카드를 꺼내길 바래본다. 물론 복잡한 야권의 정치 지형을 생각할 때, 손학규 총리 카드를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학규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여야가 서로 양보해 의견을 조율한다면 제3지대에 있는 그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념적으로 볼 때, 손학규 카드는 중립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소모적 정쟁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여야의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날 새 정치의 씨앗을 손학규의 이념적 성향에서 찾을 수 있다. 그의 저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생각의 나무, 2000)과 '한국 정치와 개혁'(한울, 1993)을 보면, 중도적 성향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나 현재 거국내각 총리로 마땅한 인물도 없다. 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역시 여야를 아우르기에는 부적합하다. 손학규에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흔들리는 대한민국호의 임시 선장을 한번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때 마침, 손학규는 지난주 대구경북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제7공화국으로 가야할 상황이 됐다"며 "거국 중립내각에서 총리 책임 하에 정국 수습 뿐만 아니라 국가 체제 전환을 위한 '개헌'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보자! '손학규'가 살아온 인생행보

이번 주 칼럼은 한 정치인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 있음을 양해바라면서, 손학규에 대한 정보를 몇가지 더 제공한다. 1947년 경기도 시흥 태생, 10남매의 막내, 학력은 경기중'고-서울대 정치학과-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육군 병장 만기제대, 민주화'노동'빈민 운동 등이 정치 입문 전 그의 주요 이력이다. 경기도지사도 멋지게 해냈다. 재임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고, 경기도의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의 주춧돌을 놓았다.

인간 손학규를 제대로 알려면, 그의 민심대장정 동안 땀의 기록을 남긴 '길 위에서 민심을 만나다'는 책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100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며, 삶의 현장을 체험한 그의 행적은 정치적 쇼나 이벤트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떠난 대장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전문가인 사진기자들조차 손학규의 민심대장정 사진들을 보며, 잠시 흉내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직업군의 사람들 속으로 녹아난 모습임을 증언한다.

손학규가 민심대장정 첫날인 2006년 6월30일 경기도 수원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제목='민심의 바다로 떠나다', 국민이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다.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는 더 이상 안된다. 길 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민심 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국민은 땀 흘려 일하는데 정치인은 말만 하고 있고, 국민은 고통 속에서 분노하고 있는데 그 눈물을 보지 못하는 정치는 안된다. 국민이 말하고 정치인이 땀 흘려야 한다. 생활 속에서, 국민에게 배워야 한다. 책상머리에서 만든 허황된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온 몸으로 대한민국을 만나고 가슴으로 민심을 만나 그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손학규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만, 다만 버리기엔 아까운 대통령감인 그의 진면목을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자 이 글은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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