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당선> 한국증시 영향은…"브렉시트 이상 충격파 우려"

미국 대선에서 9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돼 한국 증시도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그간 트럼프의 당선을 시장에 부담을 주는 악재로 인식해 왔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최대 경합지로 분류됐던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트럼프가 우세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전 11시 전후로 급전직하했다.

외국인들의 이탈세에 개인들의 투매물량이 쏟아져 코스피는 2.25%(45.00포인트)하락한 1,958.38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장중 6%가 넘는 폭락세를 보이다가 낙폭 일부를 회복해 3.92%(24.45포인트)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쳤다.

◇ '설마'가 '현실'됐다

위험자산 회피심리 강화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상의 충격파를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본인도 자신이 당선될 경우 금융시장에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내세운 공약들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강화,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정책 불확실성 심화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보다 더 큰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며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고 있어 글로벌 교역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당선으로 주가 및 위험자산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지난 8년간 유지됐던 집권 민주당의 정책 기조가 큰 틀에서 바뀌게 되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경계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위기 극복은 영란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부양 정책 공조로 뒷받침됐지만 이번에는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불안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에는 주요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고 당장 현실화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살아나면서 금융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며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는 무역,통화,환율 등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사안이어서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점 재검토,동맹국들의 방위비 재협상,주한미군 철수 검토 등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양국 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극단적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만큼 한국 증시에는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간 갈등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도 있다.

◇ 주가 얼마나 더 떨어지나..."코스피 1,800선 후반까지 밀릴 수도"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 방향의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향후 발언 수위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오늘이 가장 큰 패닉 장세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크고 작은 파장이 이어질 수 있다"며 "1,800선 후반까지 지수 하단을 열어두고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달러 강세 및 외국인 이탈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주식 비중을 줄이고 보수적인 시장대응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미국 대선이 글로벌 경제의 큰 틀을 훼손시키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가 제조업 육성을 위한 투자와 인프라 확대,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주식시장의 하방 지지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제시한 일부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점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미국 정치 시스템이 건전한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시작되고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코스피의 연말 종가는 2,000선 위일 것"이라며 "올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코스피 기업 순이익 등을 고려하면 2,000선 이하에서는 매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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