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귀결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북미관계에도 파고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동안 북미간의 본격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의 핵역량은 더욱 고도화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의 북미관계 전망은 그의 '럭비공 발언'처럼 엇갈린다.
북핵이 점차 미국의 안보 위협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사업가 기질'을 앞세워 북미 양자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한도 관영 매체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후보보다 트럼프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던 만큼 양국이 '탐색적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5∼6월 인터뷰와 유세를 통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그와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북한과 절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대화 의지를 천명한 데다 그의 대북정책과 성향까지 고려하면 미국이 어느 때보다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9일 "장사꾼 성향을 가진 트럼프가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나보자'는 취지로 직접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트럼프가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 등은 실리 측면에서 자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미 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 '조선의 오늘'이 지난 6월 "우둔한 힐러리","현명한 트럼프" 등 표현을 써가며 힐러리를 비난하고 트럼프를 옹호한 점을 볼 때 북한도 미국과 대화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실장은 "북한은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노림수를 갖고 북미간 평화협정만 체결해주면 핵동결도 해줄 수 있다고 더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대화는 거부하면서 북미 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트럼프의 '신(新) 고립주의'가 미국이 북한 핵위협에 대해 사실상 '방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트럼프는 지난 9월 26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북핵 위협은 중국이 다뤄야 한다"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북한 핵위협이 고도화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 아래 문제 해결 노력을 접음으로써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타협'의 길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로 된다면 북미관계는 어정쩡하게 안정될지라도 북핵 위협이라는 '암'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에는 최악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가 노력하다가 잘 안 되면 북한에 대해 관심을 놓을 수가 있다"며 "사실상 방치할 수가 있는데 그러면 북한 문제는 아주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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