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사이에 두툼한 패티, 한입 물면 고소한 육즙
화학 조미료 없이 천연 치즈·유기농 야채 사용
옛 몽골의 기병들은 말안장 밑에 생고기를 깔고 다녔다. 요즘의 햄버거 패티를 가지고 다닌 셈인데 여기에 야채와 양념을 곁들여 먹었다. 이를테면 휴대용 전투식량이다. 13세기 유럽 원정 과정에서 독일 함부르크에 전해지면서 '햄버거'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양고기나 비프 스테이크 수준에 머물던 햄버거는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에서 맥도날드, 버거킹과 만나 번(Bun, 빵)이 입혀지면서 세계의 음식으로 진화해갔다.
120여 개국에 3만여 개의 체인점을 운영할 정도로 번창했던 햄버거는 최근 위기를 맞았다. 고(高)트랜스 지방, 지나친 나트륨 함량으로 고혈압, 뇌졸중, 혈관질환,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의 주범으로 몰리게 되었다. 잘나가던 요리가 인류 건강의 공적으로 몰리며 정크 푸드(Junk food)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2004년 세 끼를 햄버거로 먹으며 셀프실험을 했던 모건 스퍼락의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 다큐 후 패스트푸드는 '지방간, 우울증, 성기능 장애의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입지를 더욱 좁혔다.
물론 일련의 사태 이후 패스트 푸드 업체들은 위생, 맛, 건강에서의 여러 오류, 불편들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이 와중에 '햄버거도 클린 푸드가 될 수 있다'며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미국의 쉐이크쉑버거다. 건강, 웰빙, 친환경을 모토로 한 쉐이크쉑버거는 무항생제, 무호르몬을 내세우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의 인기 매장엔 2시간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고 지난 7월 한국에 문을 연 강남점도 점포를 친친 감을 정도라고 한다.
대구에 수제 버거가 상륙한 것은 2000년 초반. 두산동의 '미스터 빅' '라살루드' '버거앤' 등이 초기 점포들이다. 취재 중 만난 점포주들은 건강, 친환경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미국 뉴욕이나 서울 강남처럼 점포를 휘감을 정도는 아니지만 피크타임 땐 제법 긴 줄이 생기기도 한다.
두툼한 패티, 흘러내리는 육즙, 갓 구운 번, 거기에 친환경 야채까지.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대구의 쉑쉑버거를 꿈꾸며 열심히 패티를 굽고 있는 유명 수제버거집들을 둘러보았다.
◆로데오골목 '버거앤'
#목살'양지살 섞어 만든 패티 사용
"대구에서 제대로 된 수제 버거집 하나 만들어 보자." 외식업 13년 경력의 이병희(35) 씨가 범어동 로데오골목에 점포를 내며 내건 구호다. 시장조사를 위해 전국의 유명 버거집은 대충 섭렵했다고 한다.
1년여 동안 홍대, 명동, 이태원을 돌며 하루에 세 끼를 모두 버거로 먹었을 정도. 집에서 레시피 개발을 위해 내다버린 재료비 값만 웬만한 소형차 한 대 값이란다.
버거앤의 패티는 호주산만을 쓰고 식감과 맛을 위해 목살, 양지살을 반반씩 섞는다. 알맞게 숙성된 패티는 최적의 육즙을 보장한다. 버거의 '외투'인 번은 매일 아침 직접 구워낸다. 오트밀, 오리지널, 오징어먹물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화학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모든 요리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시작된다.
▷주요 메뉴: 오리지널 버거 9천500원, 하와이안 파인 버거 1만500원
▷주소: 대구 수성구 범어로 20길 37
▷전화번호: 053)741-8615
◆범어동 '올댓 버거'
#주한미군들도 단골로 찾는다는 집
"Patty very good, Burger delicious."(패티가 아주 좋다, 버거가 맛있다.) 취재를 위해 가게에 들어섰을 때 외국인 두 명이 계산대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주한미군 소식지에 올댓 버거가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구 수제 버거의 초창기 멤버 중 하나. 6년 동안 한자리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당일 조리 당일 소비'와 '건강한 먹거리'원칙이 손님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 호주산 청정육에 유기농 야채, 무항생제 계란, 천연치즈를 엄선해서 쓴다. 주인 이경희(48) 씨가 들려주는 에피소드 하나. "한 번은 미군 3성 장군과 부하 둘이 가게를 찾아왔어요. 더치페이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장군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부하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허겁지겁 따라나서던 장군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입에 빵을 가득 문채로…."
▷주요메뉴: 올댓 버거 6천900원, 슈레드 치즈 버거 8천300원
▷주소: 수성구 국채보상로 944
▷전화번호: 053)745-7460
◆앞산 'Eighty one's 커틀릿'
#동물성 기름 전혀 안 쓴 웰빙 버거
1981년생 임호재 씨가 앞산 자락에 꿈을 펼친 집이다. 임 씨의 전공은 IT 계열. 엔지니어였지만 본업보다 요리학원에 더 매달렸다. 한'중'일 조리사자격증을 딴 후 본격적인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단체급식 위주 햄버거 납품업체로 출발했다. 700여 곳 단체 주문을 맞추기 위해 부부가 밤새도록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마치 햄버거 공장 같은 생활이 계속 되자 회의가 일었다. 사업 확장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대덕성당 앞에 전문 수제 버거집을 차렸다. 임 씨가 자부하는 분야는 건강, 웰빙. 대부분 업체에서 주문해다 쓰는 번(빵)까지 직접 만든다. 물론 마가린, 버터 같은 동물성 기름은 한 방울도 안 들어간다. 목살, 양지살을 조합해 내놓는 패티(호주산)도 임 씨의 자랑거리 중 하나. 교통, 주차가 불편한 외진 곳이지만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고 대구시 전역에 마니아들도 상당수다.
▷주요 메뉴: 오리지널 버거, 치킨 버거 8천100원(웨지 감자 포함)
▷주소: 대구 남구 안지랑로 41
▷전화번호: 053)35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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