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도 안테나도 없는 대한민국
국민분열은 외세의 침입·개입 불러
고려·조선시대에도 피눈물나는 역사
대통합·외교·자주국방 리더십 배워야
국난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대한민국호(號)'는 세찬 파도를 뚫고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고 있는 배인가. 아니면 능력 부족의 선장을 만나 좌초 일보 직전의 표류 상태에 빠진 배인가. 국민은 불안하다. 그런데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구제해 줄 믿음의 선장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있는 선장은 선장대로 배를 어디로 몰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고, 미래의 선장 지원자들 역시 난파 상태의 배를 어떻게 정상화시켜야 할지를 몰라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현재 선박의 위치와 항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풍랑(風浪)에도 흔들림 없이 목표 지점을 향해 배를 이끄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있고, 또 미래 선장을 자임하고 나선 현실에 우리 국민은 얼마나 더 불안해야 하는가? 앞으로 대한민국호는 얼마나 더 무모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선장들에게 내맡겨져야만 지금과 같은 위기를 끝낼 수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대한민국은 나침반도 안테나도 없는 나라이다. 그리고 오직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과 상대를 속여 내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거짓과 위선이 난무한 불신의 나라가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똑똑히 알아야 할 점은, 지도자가 국민 불신을 키우고 국민이 지도자를 불신하면, 이는 국민 분열로 이어지고 국민 분열은 곧 외세의 침입과 개입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5천 년의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외침의 횟수는 무려 900여 차례에 달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다. 대륙세력에는 해양 진출의 출구이고, 해양세력에는 대륙 진출의 관문인 한반도는 두 세력 모두에게 중요한 군사, 전략적 요충지이고, 바로 이 점 때문에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은 한반도를 서로 선점하려고 경쟁해 왔다. 둘째, 우리의 위정자들은 외세 앞에 분열했고 힘을 키우는 정치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살아남으려면 어떤 경우에도 분열하지 말아야 하며, 주변 정세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일어났던 무수한 난(亂)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쓰라린 교훈을 주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이자겸의 난, 묘청의 난, 정중부의 난, 최충헌의 난, 노비 만적의 난, 망이 망소이의 난 등 수많은 난들이 일어났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임오군란, 동학란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난들이 발생했다. 이들 난들을 분석해 보면, 고려의 난들은 주로 내부 분열에 따른 내란의 성격이 강한 반면에 조선의 난들은 주로 외환의 성격이 짙다. 주변 정세에 눈이 어두워 외침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주변 4대 강대국들은 여전히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을 자국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또한 그대로다. 나라 밖의 주변 정세에 눈을 감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권력 탐닉에 빠져 민생과 국사에 등을 돌린 위정자들의 한심한 모습 또한 예나 지금이나 너무 똑같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국왕인 선조는 백성과 나라를 버리고 의주로 피란 갔다. 병자호란 때 인조는 남한산성에 피해 있다가 45일 만에 청 태종에게 항복했다.
우리는 이런 피눈물 나는 과거 역사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고려시대의 난들로부터는 내부 분열을 막고 정치사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통합의 리더십을, 조선시대의 난들로부터는 주변 정세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략의 외교 리더십과 외침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자주국방의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8년째를 맞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과연 474년과 518년을 지속했던 고려와 조선의 역사처럼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그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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