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고래가 되는 꿈

신동옥(1977~ )

가령, 내가 온 힘으로 달려서

이 땅 끝까지 달려서 어느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순간

나는 끝없이 달릴 수 있고 절벽으로 몸을 날리거나

가만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는 수도 있겠지.

여기 잠들어야 하나?

마저 헤엄쳐 건너야 하나?

내가 처음 마주한 벽을 무너뜨리고 처음 움켜쥔

문고리는 뜨겁게 달아올라 쥘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여기

잠들어야 하나? 그 알 수 없는

중략

맨 처음 물 속에 뛰어든 파동이 되어서

맥박이 되어서 노래가 되어서 마침내 내가

고래가 되어서 끝없이 끝도 없이.

그래 너는 차라리 고래가 되어라! 푸른 고래가 되어 바닷속을 날아라. 하늘에서 불타는 매들이 부릅뜬 눈으로 너를 빨아들이고 싶도록, 네 푸른 숨을 몰아, 네 몸속의 검은 도화선들을 몰아 해안에 가서 터지라. 세상이 민망하고 부끄럽고 분노가 생겨도 달려라. 협객처럼 사물과 애정과 연민을 버리고 헤엄쳐 나아가라.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을 때, 밥상의 수증기를 바라볼 때, 네가 더 깊이 내려가기 위해 참았던 일 리터의 숨은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 너는 '구두를 가진 적이 없고, 너는 발가락이 아름답지만' 아무도 너의 발가락을 본 적도 너의 눈동자를 바로 보지 못한다. '맨 처음 물 속에 뛰어든 파동'을 찾아, 너를 보기 위해 바다로 달려가는 자들의 눈동자는 전쟁으로 가득했을 뿐이다. 마침내 네가 바닷속에 가라앉을 때, 네 숨 속의 차가운 하늘에 닿으라. 해안에서 너를 기다리는 이곳은 사냥철이다. 바다 쪽으로 다시 머리를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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