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 경제정책'을 기조로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더 높이 쌓아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수출기업의 대외경쟁력 제고와 수출환경 개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불확실성 증가로 요동치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국내에 투자된 외국자본의 흐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무역 공언한 미국 대통령 한국경제에 부담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대선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용 한국 부담, 대북강경정책,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경제계는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될 경우 국내 취약산업에 대한 미국의 개방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 온 국내 수출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깊다. 한국무역협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저성장과 교역위축 속에서 트럼프의 보호주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은 세계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 및 대북 강경정책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수경기 진작과 경기부양에 쓸 정부 예산이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안보불안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보복에 돌입할 경우 중국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호무역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 한국의 최대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시장 공략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물론 수출국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및 남아메리카 등도 중국과 같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경제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침체된 내수를 수출로 만회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돌파구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범정부 차원 비상대비태세 돌입
정부는 비상대비태세에 돌입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잇따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금융당국도 세계금융시장 동향 및 외국자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후 소집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투자자, 국제신용평가사 등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전통적 안보 동맹국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상호호혜적 이익을 향유할 필요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 더불어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외채, 외환보유액 등을 철저히 관리해 대외 안정성에 흔들림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 금융위'금감원 합동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유럽은행 부실문제,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연초부터 지속돼 온 다른 대외리스크와 결합돼 국내외 금융시장에 보다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최상의 긴장감을 갖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 구축 ▷은행 외화유동성 확보 ▷가계부채'구조조정 등 국내 리스크 요인에 대한 관리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한국경제 건전성 홍보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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