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 당선이 당황스러운 대구경북 수출기업들

에스엘 "현대車 제약받을라…" 대구텍 "비관세장벽 가장 걱정"

'보호무역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지역 수출기업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기업들은 수출 단가를 낮추든지 미국 현지 법인을 세워서라도 미국 수출을 지속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대구시와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대구의 대(對)미국 수출은 1억800만달러, 수출 비중 18.2%로 1위 중국(1억4천100만달러, 수출 비중 23.8%)에 이은 두 번째 규모다.

품목별로 보면 1위 기계류(자동차부품 포함) 수출이 7천181만달러로 가장 많고, 이어 2위 섬유가 1천62만9천달러, 3위 철강금속제품이 889만5천달러, 4위 전자전기제품이 546만5천달러, 5위 화학공업제품이 497만9천달러 등으로 비중이 높다.

현대'기아차를 따라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거나 이곳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국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모든 교역을 재검토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국 자동차부품 무역을 보면, 수출은 2천563만1천달러인데 반해 수입은 65만7천달러에 그쳐 경상수지가 2천497만4천달러나 된다.

자동차부품업체 에스엘의 한 계열사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현지 계열사를 통해 수출하고 있고 미국 외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고 있어 피해가 크지는 않으리라 예상한다"면서도 "미국 새 정부로부터 현대차 현지 법인의 영업마저 제약을 받는다면 그때는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몰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공구 제조업체 등 기계업체들도 저마다 좌불안석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현지 기업에 대규모 수출을 하고 있는 대구의 한 기계 완제품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에서 제조한 부품을 미국에 보내 현지에서 조립, 판매한다. 오직 미국 수출만을 위해 국내 공장에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도 했는데, 이제 와서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대구텍 한 관계자도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보니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걱정이 크다.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통관 시간을 질질 끈다거나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비관세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FTA 등 자유무역을 재검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비관세장벽 강화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중국이나 유럽 여러 국가들처럼 미국도 수입수량 제한, 반덤핑 정책, 환경규제 강화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며 무역의 문을 걸어잠그는 모양새다. 앞으로 미국 정부조달시장에 한국 등 외국 기업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며 "자동차와 섬유, 전자제품의 경우 한미 FTA 덕분에 물품취급수수료(MPF) 인하 혜택을 보면서 현지 점유율을 키워왔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혜택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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