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11일 긴급현안질문에서 야 3당은 파상 공세를 쏟아냈다.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이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질의하지 않자 주도권을 잡은 야당 의원 12명이 각종 의혹을 쏟아냈다. 야당은 최순실 씨 조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포폰을 줬다는 주장과 최순실 씨 핵심 측근 3인방,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개입설 등 드러나지 않았던 의혹을 적극 제기하며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했다. 또 야당은 12일 대규모 집회를 하루 앞둔 날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며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민주당 "최 씨 조카가 대통령 대포폰 줬다" 의혹 제기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의 첫 번째 주자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장유진으로 개명) 씨가 대포폰을 개설해 박 대통령에게 줬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그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장시호가 사용했던 대포폰 6대 중 하나를 대통령에게 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왜 대포폰을 사용했을까. 만약에 사용했다면 국정 농단을 은폐하려고 한 것"이라며 장 씨가 사용했다는 대포폰 5대를 공개했다. 이에 김 장관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야당은 최 씨와 친분이 있는 측근 3인방의 이름을 공개, 각종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목한 측근 3인방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부인인 전성빈 씨,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의 부인인 전영해 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다. 박 의원은 "홍기택의 부인 전성빈 교수는 대학 때 대통령과 같은 영어서클 출신이고, 산업은행이 관여하는 공기업과 산하 공기업 인사 전체를 관장했다"고 했고,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는 이화여대에 1억원을 기부하며 최 씨 회사와 거래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현웅 장관은 "범죄 혐의가 특정되고, 단서가 있으면 수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이 주도한 현안질문, 성난 민심 더 자극할까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최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박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최순실 사태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최 씨와의 인연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며 "대통령이 이 분(이영렬) 반드시 하라고 시켰다. 최 씨가 임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총력을 기울이는 최 씨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 제기다.
이에 대해 황 총리는 "역량을 갖추고 검사들의 존경을 받는 검사로 안다"면서 "역대 가장 많은 30여 명의 검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이 방향을 왜곡하거나 틀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당은 최 씨가 개성공단 폐쇄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최씨가 대통령과 개성공단 폐쇄 논의까지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황 총리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황 총리는 "민간이 관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개성공단 폐쇄는 정부 내에서 여러 유관 부처들이 오랫동안 협의해 처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국방부 장관과 협의 없이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발표를 먼저 한 것과 관련, "이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명명백백한 탄핵 대상이 된다"며 "12일 집회 이후에도 대통령 결단이 없으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긴급현안질문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 전날 개최된 것은 야당 입장에서 호재라는 해석도 나온다. 집회 전날 국회에서 최 씨와 관련된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면서 안 그래도 분노한 민심이 더 자극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12일 6월 항쟁과 맞먹는 수준의 궐기로 이어지면 야당은 더 적극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