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 재벌 총수 줄줄이 소환

이재용·정몽구·구본무·최태원·김승연·손경식 회장…'차떼기' 스캔들 후 무더기 출두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주말 검찰에 줄줄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비록 이들이 일단 참고인 신분이라지만 대기업 총수들이 부패 스캔들에 얽혀 검찰청사에 무더기로 불려 나온 것은 '차떼기'라는 오명을 남긴 '2002년 대선 자금' 수사가 본격화한 2004년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24일 청와대로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오찬을 겸한 공식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총수들은 이날과 다음 날에 걸쳐 청와대와 외부 모처에서 개별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최순실(60) 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외에 대통령이 모금에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닌지 의심을 불러온 대목이다.

특히 재벌 총수들 입장에서는 평소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자사의 경영 상황을 설명하며 '민원'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체적인 민원 사안이 언급되고 이후 기업이 출연금을 낸 것으로 확인되면 최 씨 등에게 적용된 직권남용이 아닌 제3자 뇌물수수 등으로 향후 사건의 프레임이 바뀔 수 있다는 견해도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총수가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기업들은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 삼성이 여러 계열사를 통해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다. 현대차, LG, SK, 한화도 각각 128억원, 78억원, 111억원, 25억원씩을 냈다.

검찰은 13일 오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소환 조사했다. 최 회장은 작년 7월에는 수감 중이어서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에 참여하지 못했다. 검찰은 그러나 그가 SK의 두 재단 출연 과정의 최종 결심권자라는 점에서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12일 오후부터 이날 새벽 사이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 김창근 수펙스 의장도 참고인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이로써 작년 7월 박 대통령과 개별 면담에 총수가 참여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된 대기업은 삼성, 현대차, LG, 한화, SK, CJ 6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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