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들어라" 100만 한목소리…분노의 행진, 성숙한 마무리

서울, 6월 항쟁이후 최대 인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주말 촛불집회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이고,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국정 농단 사태를 보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드러냈다.

진보 진영 1천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개최했다. 오후 7시 30분 기준으로 주최 측은 100만 명, 경찰은 26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 규모에 맞먹는 역대 집회로는 100만 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1987년 6'10 항쟁이 있다. 촛불집회가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추모집회에서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촛불집회로는 사상 최대다.

서울시민은 물론 수많은 인원이 지방에서 전세버스나 열차로 상경해 집회에 참가했다. 대학생, 청소년,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등 면면도 다양했다. 문화제는 방송인 김제동'김미화, 가수 이승환'정태춘'조PD 등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발언,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모교 서울 성심여고 재학생들도 무대에 올라 "'진실, 정의, 사랑'이라는 교훈을 선배님의 어느 행동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우리는 당신을 대한민국 대표로 삼으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하야를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2선 후퇴 필요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누볐다. 청와대를 그려 넣은 영정이 있는 상여를 메고 곡을 하며 행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남쪽 주요 도로가 시위대로 가득 차 마치 촛불 물결이 청와대를 아래부터 포위하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역대로 손꼽을 만큼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집회는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8천명가량이 행진 종착지인 내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북진을 시도하다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계속됐고, 경찰관과 의무경찰, 시위대 여러 명이 호흡곤란이나 탈진 등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과격행위가 있을 때마다 시위대 내부에서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극한 상황을 차단하려는 분위기도 강했다. 집회가 끝나고서 광장 곳곳에 쌓인 쓰레기나 바닥에 묻은 촛농을 스스로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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