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바른 정치의 '비를 뿌리는 사람'

'레인 메이커'(rain maker)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말 그대로 '비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 인디언들의 전설에는 레인 메이커를 칭송하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인디언들은 가뭄에 시달리다가 결국 생활 터전을 옮겨야 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곡식이 자라는 데 필요한 단비를 내리는 주술 능력을 가진 사람인 레인 메이커의 역할이 아주 절대적이었다.

요즘 이 레인 메이커라는 말은 매출을 증가시킨 유능한 영업사원에서부터 신규 회사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창업자나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도록 도와주는 자본투자가, 또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자선사업가 등과 같이 아주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며 우리나라의 정치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고 도와주는 우리 국민들 또한 훌륭한 레인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세웠던 '정치후원금은 따뜻한 격려, 따끔한 회초리, 내일의 소망'이라는 광고 문구가 왠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주는 것 없이 거북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마도 지금껏 정치자금이라 함은 '검은돈' 혹은 '각종 비리의 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그렇다면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은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선뜻 긍정의 답을 내놓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흔히 '민주주의의 비용' 또는 '정치의 모유'(Mothers' Milk of Politics)라고 불리며 의정활동을 위한 자료조사나 지역 발전을 위한 대외활동비 등으로 쓰이는데 정치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렇게도 중요한 정치자금이 청탁의 대가나 정경유착의 고리로 이용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치인들의 후원자가 되어 정치자금을 후원하고 그 정치자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국민들의 의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정치후원금은 '따뜻한 격려, 따끔한 회초리, 내일의 희망'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른 정치를 위해 정치후원금을 낼 마음이 생겼다 하더라도 선뜻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부 또는 후원이라고 일컫는 일련의 일들이 위대하고 하기 힘들며 희생을 필요로 하는 거창한 의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나 후원이라고 하는 것을 앞에서 말한 레인 메이커의 '비'에 비유해 보자. 비는 가랑비 보슬비처럼 적은 양의 비가 있을 수 있고, 폭풍우처럼 거센 비도 존재하며 소낙비처럼 단기간 쏟아지는 비도 있고, 또 장맛비와 같이 오랫동안 줄기차게 내리는 비도 있다. 마찬가지로 기부나 후원과 같은 것들은 많고 적음, 길고 짧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적은 양이지만 단비를 간절히 원하는 곳에 기꺼이 뿌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비이든지 간에 부담 없이 그 비를 즐길 줄 아는 후원자가 되어 우리의 메마른 정치에 한 줄기 생명의 물을 전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바르고 깨끗한 정치'라는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한 곳에 작지만 강렬한 단비를 뿌려주는 국민이야말로 바로 건전한 정치 문화 정착을 이끄는 진정한 레인 메이커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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