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종족 보존 본능은 경이롭다. 양(羊)의 간에 서식하는 간충(肝蟲)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번식을 한다. 간에서 살지만 간충의 알은 그 안에서 부화할 수 없다. 애벌레로 자라려면 일단 양의 몸 밖으로 나가야 한다. 간충의 알은 양의 대변을 통해 바깥 세계로 나가 유충으로 자란다. 성장한 간충은 이제 양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간충은 양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셔틀' 수단으로 개미를 이용한다.
우선 간충은 개미가 잘 먹는 달팽이 점액에 숨어드는 방법을 통해 개미 몸 안에 침투한다. 간충의 입장에서는 개미가 초식동물인 양에게 잡아먹혀야 한다. 간충은 개미를 '좀비'로 만든다. 개미가 풀 위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뇌를 조종하는 것이다. 간충에 감염된 개미는 낮엔 멀쩡하지만 밤만 되면 몽유병에 걸린 듯 굴 밖으로 나와 양이 좋아하는 풀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행동을 반복한다.
연가시도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기생충이다. 성체 연가시는 물에 살지만 유충일 때에는 모기 등의 몸속에서 기생한다. 어느 정도 자란 연가시는 사마귀 등 큰 곤충으로 숙주를 바꾼 뒤 호시탐탐 물로 돌아갈 기회를 노린다. 방법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다. 연가시에 의해 장악된 숙주는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다가 미친 듯이 물로 뛰어든다. 숙주가 익사하면 연가시는 그 몸에서 빠져나와 물속 생활을 시작한다.
연가시의 엽기적 행태를 모티브로 삼은 동명의 영화가 2012년에 개봉됐다. 영화 속 설정처럼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기생충은 아직 보고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기생충이 숙주의 뇌를 장악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개 자연인이 국정을 농단하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졌다. 대통령이 최순실 씨 일가에 정신적으로 장악당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국정 마비와 리더십 붕괴 사태의 근본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큰 권한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개념이 그에게는 부재했던 것 같다. 이를 틈타 최 씨 일가가 호가호위하고 사리사욕을 채웠다. 그런데 과연 최 씨 일가뿐이었을까. 대통령과 최 씨 일가에 부역하면서 빨대를 꽂아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정치인과 재벌 역시 간충이나 연가시가 아니던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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