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11월 17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혼란한 정국 탓에 '수능 분위기'가 실종됐다.
수능 특수를 기대하던 상점들은 예년보다 떨어진 매출에 한숨짓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로 학생들이 무력감을 느껴 자칫 시험에 영향을 줄까 봐 최대한 다독이고 있다. 해마다 온 국민적 관심사였던 수능 이슈를 '최순실 게이트'가 잠식한 셈이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순실 게이트 비리가 입시에서도 벌어졌다는 뉴스를 접한 학생들이 화가 나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혼란한 시국에 시민으로서 상실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와 별개로 그동안의 노력이 최대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자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혼란한 시국에 수험생 학부모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고3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솔직히 학생들이 시국선언, 하야 집회 등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아이는 동요되지 않았으면 했다"며 "수능이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생각을 표출할 기회가 있다고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수성구 시지동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는 김모(56'여) 씨는 "수능을 앞두고 독서실 분위기가 한창 학구열로 달아오르는데 요즘은 휴게실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며 "현 시국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고3 학생들마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을 위해 찹쌀떡, 합격엿 등을 파는 상점에서도 수능 특수가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수능을 앞둔 이맘때면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를 가진 엿이나 찹쌀떡,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초콜릿 등의 상품 매출이 급증해 왔다. 특히 초콜릿의 경우 유통업계에서 빼빼로데이인 11일부터 수능일까지를 '대목'으로 부를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예외다. 수능 관련 상품의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신세계이마트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합격엿, 초콜릿 등 수능을 노린 상품들의 판매량이 20~30%가량 줄었다"며 "원래 지금쯤 사회의 시선이 수능에 쏠려야 하는데 워낙 시국이 중대하다 보니 관심에서 조금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선후배들의 격려 분위기도 예전과는 다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선후배들이 수험생들에게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작은 간식이라도 주는 문화가 있었는데 올해는 김영란법 영향에다 정국까지 혼란해지면서 학교마다 동창회나 학생회 차원의 단체 선물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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