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차인표가 멋있는 이유는 잘생긴 외모와 그의 많은 선행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따라다니던 발 연기에 대한 그의 피력, "나는 이류입니다. 꼭 일류만 있어야 합니까? 나 같은 이류 연기자도 꼭 필요한 겁니다"라고 했던 순간이 있어서였다. 그의 이 같은 진솔한 이야기는 대중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고, 호소력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 역시 1등이 아닌 2등만 하면서 살 거야 라는 말을 자주 벗들에게 하곤 한다. 덧붙여 "1등은 비인간적일 수도 있잖아"라는 사족까지 달아서 나를 합리화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차인표처럼 이류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아니 말할 수 없다. 난 이등이지 이류일 순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나는 나를 믿고 내게 자신의 작품 중 가장 귀한 의상을 맡긴 소중한 이들이 일류라고 믿는다. 또 그 의상을 위해 분투해주시는 나의 스태프들 또한 한국 최고 일류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 역시 10㎏이나 되는 재단 칼을 들고, 매일 혹사만 하는 두 다리와 팔꿈치에 미안해서라도 일류라고 자부한다. 술 때문에 혹사당하는 장기에 대한 예의로도 난 이류이길 거부한다. 한 작가가 한때 '존버 정신'에 대해서 강조한 바 있다. 강하게 버티기만 해도 된다는 말이다. 사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잃지 않고 성실한 사람들 모두는 일류가 아닌가?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일류라고 스스로 평가한다.
1등만 기억되는 세상에서 아무도 2등은 기억을 못한단다.
최근의 드라마에서 차인표는 또 한 번의 변신으로 멋있게 성공한 듯하다. 다른 이들의 기준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류라고 인정하며 욕심 없는 연기로 멋있고, 늘 성실한 차인표가 일류로 도약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나는 모든 일을 등수로 평가하는 것을 거부하고 싶다. 이는 숫자 놀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나. 이런 등수로의 분류보다는 각 개인들이 자신의 영역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그리고 자부심 등이 더 높게 평가받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등수를 매기는데 익숙해 있다. 그래서 늘 우리는 그 숫자에만 매달린다. 최근 실세로 세상을 군림하다가 사회 문제화된 딸은 1등을 하고 싶어서, 혼자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자랑하며, 그걸 자신의 스팩으로 내세워 행세까지 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연실색할 뿐이다.
이런 숫자보다는 문화적 성숙성을 바탕으로 한, 많은 사람들이 해당될 수 있는 일류 풍토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 노력하자고 제안하면 좀 시대적으로 뒤처지는 사람이 될까? 누가 뭐래도 나만은 1등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 함께할 수 있는 일류가 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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