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최저등급, 어떡해" 고3 교실 눈물 바다

상위권 학생들 하락폭 커, 물수능 때와 달라 상실감…중하위권 큰 변동 없을 듯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대구 경명여고 3학년 수험생들이 18일 교실에 모여 매일신문에서 제작 배포한 수능문제지와 답안지를 확인하며 정답을 맞춰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학생들이 깊은 실의에 빠져 있다.

수능 다음 날인 18일 고3 교실 곳곳에서는 '불수능'에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의 가채점 결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대구 중구의 A여고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떨어진 점수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상위권 학생조차 평소보다 점수가 많이 떨어져 수시 최저등급과 정시 지원 계획을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이곳 교사는 "문제가 어려워 변별력이 생기다 보니 상위권 학생 간에도 점수 차이가 컸다"며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했던 예년 수능의 다음 날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했다.

북구의 다른 여고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학생은 충격에 빠진 듯 멍하게 앉아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학생은 "지원한 대학의 최저등급 기준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것 같아 수시 면접에 참여할 힘이 안 난다"고 했다.

실제 학교에서 가채점을 분석한 결과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하락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 B고의 경우 상위권 학생의 점수가 평소 모의고사보다 10점 가까이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학교 관계자는 "상위권과 달리 중'하위권 학생들은 평소처럼 수능에서도 쉬운 문항에 집중했기 때문에 점수에 큰 변동이 없었다"며 "깊은 상실감에 빠진 학생이 일부 있어 담임교사들이 아이들을 잘 다독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의 다른 C고교의 가채점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9월 모의평가보다 평균 5점, 지난해 수능 상위권 평균보다 10점 정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C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시험이 어려웠던 만큼 등급 커트라인이 함께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점수가 많이 떨어졌어도 남학생이라 그런지 겉으로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편 매일신문 교육팀이 이날까지 파악한 대구지역 2017 수능 가채점 최고점수는 계열별로 모두 재수생이 차지했다. 인문계열은 달서구 D고 출신 학생이 395점(원점수 기준)을, 자연계열은 수성구의 E고 출신이 394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